‘리아충 선언’ 오타쿠 위한 연애 지침서 인기폭발

기사승인 2009-04-07 14: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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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충 선언’ 오타쿠 위한 연애 지침서 인기폭발

[쿠키 톡톡] “여자아이의 마음 속에 봉인된 ‘AT필드’부터 해제하자. 그러면 나도 실제 그녀(여자친구)가 있는 그 녀석처럼 될 수 있을거야.”

만화와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인터넷 등에 빠진 채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사는 오타쿠들을 위한 본격 실용 연애 지침서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석간 후지는 6일 오타쿠들의 성지인 도쿄 아키하라바 서점가에서 ‘리아충(リア充) 선언’이라는 책이 삽시간에 팔려나가는 품절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아충이란 ‘현실(리얼)에 충실’한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의 인터넷 신조어다. 즉 애니메이션이나 인터넷, 비디오 게임 등에 빠져 현실세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오타쿠들이 지향해야할 이상향이라는 뜻인데 종종 동경과 선망하는 마음이 지나쳐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리아충 선언은 이처럼 현실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오타구를 위한 연애 지침서다. 지난달 28일 오타쿠개발위원회가 1575엔(2만여원)을 들여 1500부를 발간했다. 책은 순식간에 매진돼 현재 중쇄가 진행중이다.

아키하바라 서점 관계자는 “이런 하위 문화를 다룬 책이 품절사태를 빚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리어충 선언은 오타쿠를 위한 방법서인만큼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여자 아이의 마음 속 AT필드를 해제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글귀는 평범한 사람들이 읽기엔 다소 무리다. AT필드란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용어로 마음의 벽을 가리킨다.

책에는 물론 오타쿠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이 있다. ‘보다 많은 만남을 잡기 위한 준비’ 코너에서는 ‘티셔츠나 폴로 셔츠를 바지에 넣는 것은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현실세계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오타쿠들을 위한 상냥한 설명도 눈에 띈다.

‘자신을 위해 빌어 주는 여자 아이’는 종교를 권유하는 여성이라거나 ‘그녀를 품고 싶은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오는 장사’는 세일즈에 열중하는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실세계의 일이라면 두려움부터 갖는 오타쿠들을 위해 ‘왜 데이트를 하는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고민에 대한 친절한 답변도 눈에 띈다.

오타쿠개발위원회 대표 여성(25)은 “예전에 오타쿠들을 위해 실제 관계 맺는 법에 관한 책이 출간됐었지만 그 이전에 어떻게 여성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서를 출간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성적 묘사에 치우친 인터넷 속 여성이 아닌 실제 여성의 좋은 점을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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