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용산 전자상가 갔더니 공존하는 ‘불법’과 ‘한탄’… 폰파라치 무섭지만 은밀한 페이백

기사승인 2015-10-09 04: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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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용산 전자상가 갔더니 공존하는 ‘불법’과 ‘한탄’… 폰파라치 무섭지만 은밀한 페이백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이것이 출고가격이고요, A이통사에서 기기변경하고 49요금제 쓰시면 공시지원금 22만원에 (계산기로 불법 페이백 20만원을 더 뺀 가격을 보여준 후) 이렇게 빠져요. 또 B이통사로 번호이동하면 (계산기로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에 30만원 더 뺀 가격을 보이며)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쪽으로 가세요. 괜히 하나 더 팔아 보려다가 수천만원 추징금 맞을 필요 없거든요.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신고당하기라도 하면 판매업자는 죽어야 해요. 더 싸게 사고 싶으면 단통법이 끝난 후 정상적으로 사세요.”

8일 오후 직접 찾은 용산 전자상가는 한산했다. 1층 한 편에 모여 있는 휴대전화 매장엔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엔 ‘불법’과 ‘한탄’이 공존했다. ‘공시지원금 이상으로 싸게 사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는 문의에 한 판매점주는 금액을 언급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폰파라치’ 신고를 경계하면서도 은밀하게 페이백을 제안했다. 그러나 나머지 판매점 직원들은 “공시지원금 이상을 받고 싶으면 다른 데 가보라”고 잘라 말했다.

한 판매점 직원에게 손님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몰라서 묻느냐”며 짜증섞인 말투로 “원래 휴대전화 매장이 4층에 26개 정도 있었는데 모두 망하고 이제 6개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4월 1층으로 내려왔다. 장사가 안 돼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1년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면 용산에 가라'라는 말은 옛말이 돼 있었다.

최근 SK텔레콤의 단독영업 정지 영향으로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엔 페이백 지급을 암시하는 ‘암호문’이 올랐다. 인터넷에서 불법보조금 지급 유통점에 대한 위치 정보는 은어로 공유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는 ‘공책 5권’ 갤럭시S6는 ‘수육’ LG전자 G4는 ‘쥐 포’ 페이백은 ‘표인봉’ 현금완납은 ‘현아’ ‘51번 욕을 먹었다’는 51요금제에 가입했다는 뜻이다. ‘좌표’는 페이백을 지급하는 유통점의 위치를 의미한다.

지금도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신도림테크노마트에서 발품을 팔면 페이백을 받을 수 있다는 후기글들이 떠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나섰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일부 판매점은 줄서 있는 손님을 내쫓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쿠키뉴스는 용산 전자상가에서도 페이백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취재에 나섰다. 그러나 판매점 여섯 곳 중 다섯 곳 판매 직원은 “폰파라치가 기승을 부려 불법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판매직원 A씨는 “전자상가는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해왔는데 단통법 이후엔 손님들이 먼 발걸음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보조 베터리와 케이스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불법이어서 영업하기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용산에서도 역시 페이백 지급은 이뤄지고 있었다. 다른 판매점주 B씨는 기기변경은 20만원, 특정 이통사로의 번호이동은 30만원까지 페이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알렸다. 그에 따르면 갤럭시S6(64G)를 49요금제로 A이통사 그대로 기기변경할 경우 20만원의 페이백이 지급돼 44만원에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B이통사로 번호이동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공시지원금에 페이백 금액도 30만원으로 올라 단말기 가격이 무려 22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불법 거래는 가입자가 단말기 출고가에서 공시 지원금을 뺀 금액을 은행 계좌로 입금하면 판매점이 즉석에서 페이백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10월 도입된 단통법은 이용자간 지원금 차별을 금지하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유통시장 침체를 불러와 중소 판매점의 30%(약 3500곳)가 폐업하는 결과를 불렀다.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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