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타미플루 사용기한 10년은 폐기비용 부담 때문?

기사승인 2014-12-18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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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기자의 건강톡톡] 타미플루 사용기한 10년은 폐기비용 부담 때문?

최근 한국로슈의 타미플루캡슐75mg 일부 제품에서 사용기한 표시 실수가 발생해 자진회수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이 내용을 접하고 처음에는 수입제품이 국내에서 사용기한 표시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 실수로 생각해 가볍게 넘겼는데요.

그런데 취재를 하다보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제조일자가 2009년 12월 제품인데 왜 갑자기 문제가 됐을까, 혹시나 사용기한이 잘못 표기된 제품들이 이미 유통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확인을 한 결과 이 제품은 최근(2014년 2월)에 국내에 수입된 제품이었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기는데요 왜 2009년 제조 제품이 5년 가까이 되서 수입이 됐느냐는 점입니다. 일반화 하기는 힘들지만 대부분의 의약품은 약 5년 전후의 사용기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외국계 A제약사의 종합비타민제는 사용기한이 2년에 불과한데요 때문에 해외에서 제조되자마자 국내로 수입되고 있습니다. 5년여의 사용기한을 가진 제품들도 대부분 제조 후 1년 이내의 제품들이 수입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무리 남은 기간이 3년이든 5년이든 오래된 제품이 국내로 수입됐다는 점에서는 찜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업체측은 올해 초 국내 물량부족을 겪어 긴급물량을 공수해 왔기 때문이라는 입장입니다.

타미플루는 2009년 신종플루(현재 계절인플루엔자) 대유행시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준 제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2009년 많은 물량을 찍어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대유행이 지나가자 처분을 고민하던 로슈 본사에서 ‘잘됐네’ 하며 보낸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게다가 정부는 해당 제약사의 요청으로 올해 6월경 타미플루의 사용기한을 120개월로 연장 허가를 해줬습니다. 이것도 정부가 신종플루 대 유행이후 1000만명 분의 정부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연장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지우기 힘듭니다. 사용기한이 지나면 전부 폐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지적은 예전에도 있었는데요 의약품 전문가인 A약사는 개인블로그를 통해 타미플루가 항바이러스제이면서 캡슐제이기 때문에 사용기한은 연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타미플루의 당초 사용기한은 24개월(2년)이었고, 조류독감 당시 60개월(5년)로 늘었는데, 다시 신종플루가 대유행되자 84개월(7년)로 사용기한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120개월(10년)로 늘어난 것입니다. 참고로 외국계 B제약사의 항바이러스제 경우 사용기한은 5년입니다.

회사측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의혹제기가 좋을 리 없습니다. 그렇지만 과정을 봤을 때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제약업계에 근무하는 사람들조차 ‘사용기한이 10년인 약이 있다구?’라며 반문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예전에 제약업계가 북한에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거나, 지난 제품을 북한에 전달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버릴거 주는거냐’라는 많은 문제제기에 진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개가 넘는 신약을 개발한 나름의 제약 강국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근거 없이 사용기한을 연장했을 거라는 의심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먹을 약이 부족하다고 5년여가 다된 약을 수입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10년 동안 약을 병원이나 약국에서 보관해 조제해 준다는 것도 생각하기 싫습니다. 일부에서는 설마 10년 동안 약이 남아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설마’ 만으로 제 건강을 담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9년11개월이 지난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처방약이기 때문에 환자가 사용기한을 알 수는 없지만) 한다면 어떠할까요.

참고로 이 기회에 집에 있는 약들의 사용기한을 확인해 보세요. 만약 사용기한이 지난 약이나, 조제 받아 남은 약이 있다면 약국에 가져가셔서 폐기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조제 받은 약들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불용약이 됐을 때 가정 내에서 버리면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약사회와 환경부 등이불용약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니 활용해보니면 좋을 듯 합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