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가습기 살균제, 세균 100% 박멸이라더니 인체 유해물질 함유

기사승인 2014-10-22 09:05:55
- + 인쇄
[쿡기자의 건강톡톡] 가습기 살균제, 세균 100% 박멸이라더니 인체 유해물질 함유

“가습기에 세균이 많다고 해서 사용했던 살균제, 이제 그 살균제로 생명을 잃을 위험이 있다니요. 허가를 내 준 정부도 기업도 믿을 수 없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이 시기에는 실내공기가 급격하게 건조해져 가습기의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조한 도시 생활에서 가습기는 필수죠. 하지만 가습기가 작동하면 습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한 때 많이 사용하던 화학 제품이 있죠. 바로 ‘가습기 살균제’입니다. 기업에서는 한 때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이 제품이 ‘세균을 100% 박멸한다’고 광고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몇 해 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허가해 준 것은 정부당국이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는 샴푸나 물티슈 등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에서 살균·소독·방부용으로 쓰이고 있는 화학물질입니다.

국내에선 2013년 4월 환경부의 유해성 심사에서 유독물로 지정됐습니다. CMIT/MIT는 호흡기에 들어가면 인체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난 2012년 환경부 유해심사에서 유독성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터진 이후에도, 질병관리본부는 “폐섬유화의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악영향을 준 것이라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고 부인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의 CMIT/MIT 성분을 제조, 판매한 7개 업체에도 피해자 지원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0일 환경부 환경산업기술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 “지난 7월 환경부가 7개 업체에 구상권 행사 방침을 1차 통보한 뒤 지난 2일 최종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된다고 발표했던 것은 PHMG, PGH 성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폐섬유화 소견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발표한 CMIT/MIT도 가해물질로 지목됐습니다. 이는 분명한 피해사실이 보고된 물질의 인과관계를 단 3개월간의 동물흡입실험 결과로 일괄 배척한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를 뒤엎는 것입니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원인물질을 폭넓게 인정하는 정부의 태도변화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로써 지난 몇 년 간 피해자들을 외면해온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도 더 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장하나 의원은 “이제 이들 기업들이 더 이상 피해자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원료물질을 제공해 온 SK케미칼뿐만 아니라, 애경산업, 이마트 GS리테일, 퓨앤코, 다이소아성산업, 산도깨비 등 7개 기업들이 CMIT/MIT를 주성분으로 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여 판매한 가해기업으로 지목됐기 때문이죠.

세균을 박멸하기 위해 사용하던 살균제가 내 몸을 해치는 물질이라니, 소비자들은 기가 막힐 일입니다. 엄마들은 더 이상 살균제도, 방부제도 아무 것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습기 대신 최근에는 숯이나 젖은 빨래로 습도를 조절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유명 브랜드나 유명 회사의 제품이라고 해서 100% 믿고 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