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엇갈린 갑상선암 논란…환자들은 불안하다

기사승인 2014-10-21 18: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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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엇갈린 갑상선암 논란…환자들은 불안하다

국내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이 98%에 이른다. 영국 등 유럽의 갑상선암 생존율은 70%정도다. 수치도 차이를 보이지만 각국 암환자의 삶의 질을 들어다보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영국인 갑상선암 환자는 발견당시 3기 이상인 경우가 많아 수술을 하더라도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와 갑상선 호르몬 약 복용이 불가피하다. 또 완치하더라도 치료 후에 침샘염 등 후유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인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 후 동위원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전체 환자의 60%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한국의 높아진 갑상선암 치료 성적에 ‘박수’를 보내기보단 급증한 갑상선암 환자수에 의구심을 갖고, 급기야 조기검진 목록에서 갑상선암을 빼는 수정안이 등장하기도 했다.

조기검진은 증상이 없을 때 1년 또는 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몸 안에 자리한 질병을 찾아내는 일이다. 지난 8월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에는 일반인이 증상을 느꼈을 때만 갑상선암 유무를 확인하는 초음파 검진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상 암 조기검진 항목에 빠진 셈이다. 이에 강남차병원 외과 박해린 교수(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조기검진 의미를 잃은 검진 수정안은 갑상선암의 중증도를 높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검진률이 높다고 지적받은 현재에도 갑상선암 전체 환자 중 30%는 전이됐거나 절제범위가 넓은 3기 이상 환자들이다. 아직도 최초 발견이 늦은 환자 10명 중 3명은 후두신경 손상, 부갑상선기능저하 등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소리다. 이 사람들이 조기검진을 통해 낮은 병기에서 혹은 원격 전이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견했다면 후유증 없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과의들은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이 갑상선암의 중증도를 낮추고 사망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초음파 검진으로 환자들이 입을 경제적·정신적 손해보다 최초발견이 늦어져 비롯된 손해가 더 크다고 말한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암환자된다면 일찍이 발견해서 빨리 암환자가 되는 편이 낫다’고도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은 병기일수록 수술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추락하는 일을 피하기 힘들다.


몸의 주인도 모르는 사이 갑상선에 자리한 종양이 부갑상선으로 유착되거나 침범된 경우 모든 조직이 제거되기 때문에 수술 후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 유발된다. 또 갑상선 주변에는 발성에 중요한 신경이 자리하고 있는데, 고음을 내고 목소리를 유지하는 이 신경까지 갑상선암이 침범하면 도려내야한다. 갑상선암 환자들 중 목소리를 많이 쓰는 직군의 사람들은 조기검진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는 일도 적지 않다. 성악가 배성호 씨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갑상선암으로 목소리를 잃었다. 테너인 그에게 목소리는 전부였다. 지금은 나름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진단받고 완치되기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배씨에게 “무엇이 가장 후회되십니까”라고 묻자 “목을 방치한 일”을 꼽았다. 목에 생길 수 있는 암, 갑상선암에 대해 무지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고 있었다.

한편 검진 권고안 제정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가 검진 권고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빠르면 다음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 측은 “(나올 최종안은) 큰 틀에서 달라졌다기보다 일반인이 봤을 때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단어와 문구를 수정했다. 무증상 성인에게 정기적 검진은 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해 최종안 발표 뒤에도 갑상선암을 다루는 학회 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l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