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격의료 사업, 시행돼도 의료계는 불참한다”

기사승인 2014-10-20 09: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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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격의료 사업, 시행돼도 의료계는 불참한다”

조인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겸 투쟁위원장

“원격의료 사업에 절대 반대하며, ‘의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업이 진행돼도 의료계는 불참하겠다”

조인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겸 투쟁 공동위원장(현 경기도의사회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원격의료의 정확한 내용을 국민이나 당사자인 의사들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원격의료의 개념과 실제 이점, 문제점들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인성 위원장은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이유는 의료법에 규정돼 있는 대면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합당한 이유와 득실, 비용대비 효과, 당위성, 국민적 합의 등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데에서 시작됐다”며 “의사들이 원격의료에 대해 극명히 반대하는 이유는 대면진료에 대한 가치가 있는데 오랫동안 환자를 보아온 원칙과 진료에 대한 모습들이 완전히 변형되는데 대한 우려와 직접 대면하고, 만지고 해야 한다고 의료를 배워왔는데 기존의 진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제도에 대해 위험성에 앞서 놀라움과 두려움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도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격의료 대상에 ‘경증질환자’도 포함돼 있는데 경증은 의사가 판단해서 진단을 내려야 하는데 환자가 판단하라는 것인가. 감기를 경증으로 본다면 청진하기도, 혈압을 재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감기인지 폐결핵 초기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질병코드 52개를 준비해놨다고 하는데 오진의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안전과 직결된 오진문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편의성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경증질환은 협의대상이 될 수 없고, 진단과 처방보다는 상담하고 교육 컨설팅 개념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원격의료에 경증·재진환자가 대상이 될 경우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전국민의 20%를 감당하기에는 법안도 너무 허술하다”라고 지적했다.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그는 “시범사업은 본 사업전에 예기치 못한 문제를 걸러내는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특히 시범사업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샘플의 크기도 중요한데 현재의 5000개소 중 하나라면 문제가 많고, 의료기관도 6개 참여한다는데 어떻게 국민이 믿고 의사들이 신뢰할 수 있나”라며 “샘플이 적고, 가치도 없을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졸속 시범사업이다. 복지부가 주장하는 지역의사회의 시범사업 참여도 전혀 파악이 안 되는데 비밀시범사업을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이러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는데 제도를 시행하려면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납득할만한 설명과 불안감 해소를 위한 노력, 정책에 대한 효율성과 당위성을 찾아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며 “정부가 입법예고를 한지 1년이 됐는데 당시 입법예고를 늦추더라도 합의점을 찾았다면 지금의 극한 대립상황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의료계가 무조건적인 원격의료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 그는 “정보통신기술 등 IT의 발전이나, 소비자 요구 등 전반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는 것을 언제까지 거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일부 기술·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수많은 위험성을 제거한 뒤 제한적으로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것이고, 쇄국정책처럼 절대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런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이 대치국면으로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에라도 원격의료에 대해 협의를 하고 대안을 찾는다면 대상은 협소하고 누구나 공감해야(만성질환자이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 연로해 거동이 어려운 환자 등)한다. 이런 경우는 환자가 오지 못하는 것보다 유익하기 때문”이라며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아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오진과 정보유출 등의 문제점을 충분히 배제한 뒤에 논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환자나 국민이 꼭 필요하다고 하면 의사들도 무조건 반대할 수 없고 귀를 열고 들어야 하며 반대한다면 그 이유 역시 정부가 뒤를 열고 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인성 위원장은 “현재의 원격의료 사업에 절대 반대하며, 복지부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대화에 나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복지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예정대로 전 의료계의 총의를 모아 원격의료 반대서명을 받는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원격의료가 졸속으로 통과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참하겠다. 최후의 수단으로 휴업도 고려할 수 있다”라며 원격의료 저지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