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장윤형 기자] ‘성형 강국’이라 쓰고 ‘돈의 맛’이라 읽는다

기사승인 2014-07-21 13: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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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장윤형 기자] ‘성형 강국’이라 쓰고 ‘돈의 맛’이라 읽는다

대한민국은 ‘성형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정교하고, 놀라운 손기술은 한국 여성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 여성을 성형수술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형외과에 불러 모았다.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가 대략 21조 원 정도 규모다. 이 중 한국 시장에서만 5조 원대로 추산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즉 세계 시장의 4분의 1에 가까운 수준이다. 성형 건수도 인구 대비 세계 최대 수준이다. 실제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약 65만 건의 성형수술이 시행됐다. 전 세계에서 미국은 약 320만 건, 중국과 브리질도 약 100만 건이 넘는다. 그러나 인구대비로 보면 한국은 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시행되는 세계 성형 1위 국가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형수술 횟수가 많은 것만큼이나 성형수술 사고나 사망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형수술 피해로 인한 상담 건수는 모두 4806건으로 전년도보다 2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구제 접수도 2008년 42건에서 지난해 상반기 71건으로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망 사례가 더 많다는 한 의사의 양심고백은 충격적이었다.

의사들도 피해자다. 일부에서는 고용된 의사를 노예라고까지 부른다. 고용주 아래에서 월급을 받으며 휴식시간이 없이 환자들 수술에 매달리기 일쑤고, 여러 수술장을 동시에 열어 놓고 메뚜기 뛰듯이 수술에 매달리며 수술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병원의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전문 마취과 의사들도 고용하지 않고, 미숙련 인력을 고용하고, 수술재료 등을 저질 재료로 사용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의료인의 윤리와 양심이 가장 중요했던 시대를 지나 어느덧 ‘돈’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형국이다. 고도의 전문 의술과 환자의 안전이 중요시 되는 성형수술은, 마치 공장의 콘베이어 밸트 위에서 전자제품을 생산하듯이 이뤄지고 있다. ‘공장식 성형’의 횡행, 유령의사(쉐도우닥터)의 대리수술 사태가 지금 2014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프로포폴 등 마취제를 투여해 환자가 잠든 사이에 불법적인 성형수술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상당히 심각한 사회 문제다.

대한민국이 성형공화국을 넘어 ‘성형 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성형 횟수가 많고, 좋은 의료진과 의료기술을 보유해 해외 의료관광객을 많이 끌어 모은다고 해서 성형 강국이라고 할 수 없다. 무조건 숫자와 돈으로 환산해 세계 1등 성형강국이라고 볼 수 없다. 의료인의 윤리와 양심, 그리고 안전한 수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성형수술 분야가 독특한 것은 상업의 영역과 의료의 영역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확실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성형은 상업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의료’의 영역에 있기도 하다. 환자의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병원이다. 무리한 성형수술 강행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다. 상업의 영역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의 법적 규제도 강화돼야 한다.

돈이면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외모를 바꾸는 것도 돈으로 가능한 세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보다 더 높은 신은 없어 보인다. 돈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보다 더 고귀한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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