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인용 텐트치기? 한국 때론 미치도록 부러워”… Lv7.벌레 혼자 텐트치기 성공, 일본 미국도 관심 폭발

기사승인 2012-09-08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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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인용 텐트치기? 한국 때론 미치도록 부러워”… Lv7.벌레 혼자 텐트치기 성공, 일본 미국도 관심 폭발

[쿠키 톡톡] “한 명의 인터넷 허세꾼으로 남을 뻔했는데, 이제 ‘벌레전설(벌레+전설)’로 영원히 남을 수 있게 됐습니다. 행복합니다.”

지난달 말 인터넷 게시판에 ‘24인용 텐트를 혼자 세울 수 있다’는 댓글을 남겼다가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허세질’이라는 비판을 샀던 네티즌 ‘Lv7.벌레’(이하 벌레)가 9일 실제 ‘T24 소셜페스티벌’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신월동 신원초등학교에서 열린 이벤트에서 혼자의 힘으로 24인용 텐트를 완벽하게 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오후 3시9분부터 텐트를 홀로 치기 시작한 벌레는 1시간20여분만에 텐트를 세운 뒤 텐트 꼭대기 용마루에 올라가 드러눕는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2시간의 제한을 두고 이벤트가 진행됐지만 벌레는 시작 40여분만에 용마루를 세우기 시작했다.

용마루란 텐트의 가장 높은 부분을 지지하는 두 개의 경사진 지붕면이 교차하는 부분을 가리킨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용마루가 상당히 무거워 혼자 들기 어렵고 용마루를 지지하는 지지대 두 개를 양쪽에서 동시에 세워야 하기 때문에 텐트를 치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벌레는 그러나 용마루 지지대 근처에 나무 말뚝을 박아 지지대 끝부분을 받치는 방식을 이용해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겼던 수많은 네티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벌레는 용마루가 어느 정도 세워지자 20여분 이상 휴식을 취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충분히 쉬었다고 판단한 그는 용마루를 직각으로 깔끔하게 세우고 각 지지대를 다시 한 번 튼튼하게 고정시킨 뒤 텐트의 꼭대기에 걸어 올라가 눕는 자축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네티즌들이 사이의 이슈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됐다. 텐트를 칠 수 있다 없다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자 즉시 ‘24tent.com’과 ‘T24 소셜 페스티벌’ 운영위원회 등이 만들어지면서 인터넷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이후 각종 업체가 텐트와 각종 부대시설 및 경품 등을 제공하고, 각종 언론사에서 큰 관심을 보이면서 오프라인 행사로 발전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행사 진행에 필요한 입장권 인쇄와 방송 및 음향 지원은 물론 티셔츠, 담배, 군번줄, 면도기, 머그잔, 항공권, 호텔 숙박권, 명함, 속옷 등의 지원을 제안했으며 꿀, 깻잎 한 박스, 생수, 피자 등의 식품류 등도 지원 목록에 포함됐다.

외국 네티즌들도 큰 반응을 보였다. 일본 네티즌들은 유명 커뮤니티마다 ‘한국의 골 때리는 이벤트’라는 식의 제목으로 이번 행사를 소개했다. 일본 커뮤니티에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인터넷에 미친 사람들이 많네. 그런데 일본은 모니터 안일 뿐인데, 한국은 그걸 현실화시키다니 때때로 한국이 부러워”라는 식의 댓글도 올라왔다. 미군들이 주로 모인다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텐트 치기 성공 여부를 두고 내기를 두는 회원들도 있었다.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텐트치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방송의 동시 접속자가 10만명을 넘어서며 절정에 달했다. 벌레가 용마루를 막 세우기 시작한 순간에는 무려 10만5000여명이 동시접속하기도 했다. 방송 누적 시청자는 80만명을 넘었다. 포털사이트에는 이날 하루종일 행사와 관련된 ‘t24’나 ‘24인용 텐트’나 협찬사들의 이름 등이 핫이슈 검색어로 오르내렸다.

행사 중에는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품을 뿌리는 사이 텐트치기를 현장에서 구경하던 관중들이 경품이 있는 곳으로 뛰쳐나오면서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자칫 벌레가 세워놓은 텐트가 뛰쳐나온 사람들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는 불안한 장면들이 포착됐다. 또 방송 화면이 텐트치기에 집중하지 않고 가수들의 공연에 집중돼 현장이 어수선했다. 여고생들이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나와 커버댄스를 추자 실망한 네티즌들이 1만명 가까이 시청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그러나 이번 행사를 한국 인터넷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흥미 있는 주제를 끌어내고 나아가 실제 이벤트를 통해 검증해보며 이 과정 자체를 즐겼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다는 것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