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물질, 일본이 발견?”…산케이 보도 빈축

기사승인 2011-09-25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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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과학] 일본을 대표하는 우익지인 산케이(産經)신문이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다는 스위스 유럽원자책공동연구소(CERN)의 연구 결과가 마치 일본인 과학자 혼자만의 성과인 것처럼 포장했다 빈축을 사고 있다. 자국 내에서조차 정보 조작에 가까운 지나친 국수주의적 보도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본 내 자유기고가들의 기고를 모아 뉴스로 서비스하는 ‘블로고스’는 24일 ‘손쉽게 정보를 조작한 기사가 있어 소개합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산케이의 관련 보도를 비판했다.

블로고스 보도에 따르면 산케이는 24일 오전 0시24분 “광속을 넘는 뉴트리노…‘타임머신도 가능’ 전문가들 놀라움 검증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송고했다.

산케이는 관련 보도를 내보내면서 해당 연구를 진행한 CERN은 단 한 줄도 거론하지 않은 채 일본 나고야대 연구팀이 연구를 주도한 것처럼 소개했다.

실제 산케이의 해당 기사는 “나고야대학 등의 국제 연구그룹이 23일 발표한 실험 결과에 따라 빛보다 빠른 물체가 존재한다면…”으로 시작한다. 또 기사 말미에 “실험에 참가한 나고야대 코마츠 마사히로 준교수”만 언급될 뿐 기사 어디에도 CERN에 대한 언급은 없다.

블로고스의 기사를 작성한 ‘Noro153’은 “평소 이런(과학분야) 기사를 좋아해 산케이 기사를 꼼꼼하게 읽었고, 영어나 프랑스어로 된 기사도 읽었다”며 “그러나 세계적인 미디어나 블로거의 뉴스를 읽어보면 코마츠 마사히로 등 일본인은 전혀 나오지 않고, CERN의 오페라연구그룹이 일군 연구결과라는 것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즉 해외 중요 매체들은 200여명의 과학자가 속한 오페라그룹을 인솔하는 베른대학의 안토니아 에르디타토 교수와 데 레줄라 교수만 중요하게 다룰 뿐 다른 소속 과학자들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데 반해 산케이만 일본 과학자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Noro153는 “산케이의 기사를 읽으면 마치 ‘일본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착각’에 빠질 것만 같다”며 “이는 전형적인 일본 매스미디어의 정보 조작으로, 이런 백해무익한 일본 매스미디어의 수십년에 걸친 정보 조작이 일본 국민을 (일본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착각에 빠지도록) 세뇌시켜왔다”고 비판했다.

Noro153는 이어 “해외 매체에서는 에르디타토 교수와 데 레줄라 교수를 중요하게 언급하면서도 그 분들의 국적은 전혀 쓰지 않는다”며 “(이런 중대한 과학적 발견에 있어) 국적은 중요한 게 아니다. 인류가 이런 발견을 했고, 그 발견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