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면서 시위한다”…서울대 학생들의 신개념 시위

기사승인 2011-06-01 2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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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시위한다”…서울대 학생들의 신개념 시위

[쿠키 사회] 서울대 법인화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행정관을 점거한 학생들의 ‘공부 시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학업은 뒤로 제쳐둔 채 시위에 나서 “학생의 본분을 잊었다”는 평을 들었던 이전 시위와는 다른 양상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달 30일 비상총회를 연 뒤 행정관을 점거하고 법인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농성을 1일인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농성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측은 “국회는 현재 상정된 법인화 폐기법안 논의를 즉시 개시해 6월 중 날치기 통과된 법인화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시위는 이전 방법과 다를 바 없었다. 농성 시작과 함께 300여명의 학생들이 총장실을 기습 점거하고 오연천 총장의 퇴근을 몸으로 저지했다. ‘폭력 시위’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시위가 길어질 것으로 보이자 학생들 사이에선 차분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이달 초순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점거한 행정관 복도 바닥에 앉아 책을 꺼내들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자신의 트위터에 시위 소식과 함께 공부하는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러 @sew*****는 사진과 함께 “비폭력 공부시위 중”이라며 “총학에서 계속 시위 현장에 책상을 집어 넣어줘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학생들까지 이곳에서 밤샘 공부를 하고 간다”고 전했다.

또 다른 트위터러 @imemi****은 서울대 학생회 측이 학업 편의를 위해 본부 4층에 ‘공부방’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는 ‘본부 안내도’를 소개했다. 이곳에는 강의실에서 옮겨 놓은 책상을 일렬로 놓아 학업에 적합한 환경을 구축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단과대 별로 지정 구역을 나눠 점거와 학업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했다. 몇몇 교수들은 학생들의 사정을 배려해 직접 점거 현장을 찾아 강의를 했다.

자율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것 또한 이전 시위와는 다른 모습이다.

학생들의 새로운 시위법을 본 네티즌들은 “멋있다, 응원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위터러 @gkf**는 “서울대 학생들의 신개념 ‘비폭력 시위’가 마음에 든다”며 “끊임없는 역발상의 결과”라고 말했다. @eje*****는 “찬반 여부를 떠나서 멋진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시위에 비폭력과 지성을 더한 멋쟁이들”이라고 응원했다.

한편 서울대 관계자는 “점거 농성 때문에 거의 모든 행정업무가 지연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한시 빨리 점거농성을 풀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