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정운찬, 늦은밤 호텔바서 만나자더니… 겉으론 고상한 척”

기사승인 2011-03-22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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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정운찬, 늦은밤 호텔바서 만나자더니… 겉으론 고상한 척”


[쿠키 사회]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39)씨가 22일 자전 에세이 '4001'(사월의 책 펴냄)을 펴냈다. 책 제목 '4001'은 신씨의 수인번호(囚人番號)다.

신씨는 이 책에서 예일 대학 박사 학위 수여의 전말, 연인 관계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부터 파국,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과 불교계와의 관계, 정치권 배후설과 청와대와의 인연,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부도덕한 행위 등을 언급했다.

신씨는 특히 당시 제기된 자신의 급부상에 대한 배후설, 서울대 교수직 제의 등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다며 적극 해명했다.

배후설에 대해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모저모로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과의 생전 인연에 대해서 소개했다. 신씨는 "(외할머니의 소개로 처음 노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부터) 대통령은 '어린 친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고 하시면서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한 번 세상에 나서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오셨다"며 "(그 뒤로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나 기자 회견을 하실 때마다 가끔씩 내게 크고 작은 코멘트를 들어보려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신정아 씨는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 내연의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나서도) 노 전 대통령은 한사코 나의 귀국을 반대했다고 한다"며 "이미 추락할 만큼 추락하여 바닥까지 온 터에 굳이 귀국을 해서 더 다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그래도 어른인 똥아저씨(변 전 정책실장)가 책임을 지는 쪽이 낫다는 것이 대통령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서울대 교수직 제의와 관련해서는 당시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 위원장이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자신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내 사건이 터진 후 정운찬 당시 총장은 스스로 인터뷰에 나와서, 나를 만나본 일은 있지만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직은 제의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을 했다. (중략) 정 총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실소가 나왔다. 서울대 교수직이나 관장직 얘기는 둘째 치고, 자신의 이름이 전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렇게 먼저 내 문제를 스스로 들고 나와서 극구 부인하는 모양이, 켕기는 것이 있으니 저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신씨는 오히려 정 위원장이 밤 늦은 시간에 호텔 바에서 만나자고 하는 등 자신을 처음부터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언론을 통해 보던 정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내가 접한 정 총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달랐다'의 의미는 혼란스러웠다는 뜻이다. 정 총장은 처음부터 나를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

신씨는 "서울대 총장이란 이 나라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는 자리"라며 "정 총장이 '존경'을 받고 있다면 존경받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썼다.

신씨는 정 위원장이 작업을 걸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정 총장은 안주 겸 식사를 시켜놓고서, 필요한 자문을 하는 동안 처음에는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 훤히 오픈되어 있는 바에서 시중드는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마당에 그 정도를 성희롱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렇게 수십 분 정도를 견디다 보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여러 사람들이 정 총장을 만나러 몰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늘 저녁자리를 빨리 빠져나가자 정 총장은 나와 먼저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사람을 만나려는 것 같았다. 한국은행 사람들이나 서울대 교수들, 심지어는 신기남 국회의원까지 동석을 한 적이 있었다. 정 총장은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다른 일정이 있다면서 먼저 자리를 떠서는 곧장 밖에서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해오는 것이었다."

신씨는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고민 끝에 서울대 교수직과 미술관장 제의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신씨의 거절 후 정 위원장의 작업은 그치지 않았다.

"(서울대 자리를 거절하고 나서) 팔레스 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아예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날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정 총장은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을 내 앞에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빙하는 아가씨의 눈치를 보아가며 한 행동이었으니 술에 취해 실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웬만하면 서로 껄끄럽지 않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나는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신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총장은 내게 서울대 교수직을 제안한 일이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부인을 했다"며 "그러던 중 검찰이 확보한 통화 기록에 정 총장과의 통화 사실이 수도 없이 드러나 있었고, 그 중에는 정 총장이 잇달아 여러 통의 전화를 했는데 내가 전혀 받지 않은 기록들도 나와서 검찰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에 대해 정운찬 전 총리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정 전 총리의 한 측근 역시 “책을 팔기 위해 ‘노이즈마케팅을 세게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해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신씨는 책에서 전·현직 기자들의 사적인 인연을 폭로하기도 했다. 특히 실명을 밝히지 않은 전직 모 종합일간지 C기자가 벌였다고 적은 내용은 성희롱 수준이었다.

신씨는 "C기자가 한 전시를 앞두고 크게 기사를 실어주었고, 전시 오픈에 임박해서는 또 한 번 기사를 써주었다"며 "그래서 전시회를 도운 미술계 분들이 모여 C 기자와 함께 식사를 하고 하얏트 호텔의 헬리콘 바에 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일행은 자연스럽게 폭탄주를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부르다보니 어쩌다 몸이 약간씩 부딪히는 일이 있었는데, C기자는 그럴 때마다 내게 아주 글래머라는 소리를 했다. 화가 치밀었지만, 술자리였고 다들 즐거워하는 분위기여서 맘대로 화를 내기가 어려웠다. 적당히 피해서 나는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러나 C기자는 계속 나를 끌어당기며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 다른 분들 때문에 정색을 하고 판을 깰 수가 없어서 그냥 꾹 참고 분위기를 맞추기로 했다. (…) C기자는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아예 더듬기로 한 모양이었다. 허리를 잡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손이 다른 곳으로 오자 나는 도저히 구역질을 참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로 피해버렸다.

(…)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C 기자는 나를 껴안으려고 했다. 겨우 그를 밀치고 룸에 들어간 나는 정말로 화가 나서 집에 가겠다고 하고 가방을 들고 나와 버렸다. (…) 호텔 로비에 나와 모범택시를 타는데, C기자와 우리 집의 방향이 같다면서 다들 택시를 같이 타고 가라고 했다.

(…) C기자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달려들어 나를 껴안으면서 운전기사가 있건 없건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웠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그날 내가 입은 재킷은 감색 정장으로 단추가 다섯 개나 달려 있었고 안에 입은 와이셔츠도 단추가 목 위까지 잠겨 있어 풀기가 아주 어려운 복장이었다.

(…) C기자는 그 와중에도 왜 그렇게 답답하게 단추를 꼭꼭 잠그고 있느냐는 소리를 했다. 결국 나는 크게 화를 내면서 C기자의 손을 밀치고는 택시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기사도 눈치를 챘는지 호텔을 벗어나자마자 길거리에 차를 세워주었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앞만 보고 죽어라고 뛰었다."


책에 따르면 C기자는 기자직을 그만두고, 현재는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어 또 한 차례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씨는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책에 일부 실명을 거론한 이유에 대해 "4년이 지난 지금 책을 내고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어느 부분은 감추고 어느 부분은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실명이 등장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앞뒤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부는 실명, 일부는 이니셜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온 신씨는 "제게는 중요한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어서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최소한의 이야기만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4년간의 일기를 일부 편집한 내용이다보니 저와 개인적이든 일로든 만난 많은 분들이 언급돼 있다"면서 "노 대통령님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욕되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인간적으로 서로 신뢰하고 격려해준 분들을 배후라고 하면 제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일부 사실만 최대한 말을 아끼는 입장에서 썼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면서 잘못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는 해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학력 위조와 관련해 "학력 위조는 브로커를 통했든 아니든 간에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학력 위조에 대해 도움을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직접) 위조를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제 사건이 컸기 때문에 미술계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좋은 자리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 일해 보겠다"고 답했다.

신씨는 학력을 속여 교수직을 얻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2007년 10월 구속기소된 뒤 1.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으며 2009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한편 "초판으로 5만부를 찍을 계획"이라고 밝힌 출판사측은 이날 서울 시내 주요 대형서점에서 책이 판매되기 시작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며 금세 매진됐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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