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경유’타고 국제대회 간 박소연… 빙상연맹은 ‘또’ 보고만 있었다

기사승인 2014-10-29 15: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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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경유’타고 국제대회 간 박소연… 빙상연맹은 ‘또’ 보고만 있었다

사람들은 “포스트 김연아(24)가 나타났다”고 환호했습니다. 처음 출전한 시니어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선전한 박소연(17·신목고)을 두고요. 국제대회 5위라는 성적에 한껏 들떴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어땠는지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29일 인터넷에는 박소연이 대회를 치른 뒷얘기가 전해졌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대회 출전을 위해 미국 시카고로 향하던 선수가 샌프란시스코에 들러 비행기를 갈아탔다는 겁니다.

직항이 아닌 경유 티켓이었기에 그랬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환승할 땐 갑자기 항공편이 결항돼 시간을 또 허비했답니다. 시카고에 도착해서도 현지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이란 없었죠. 14시간 시차 극복은 박소연에게 사치일 뿐이었습니다. 선수가 과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항공편은 대회 조직위원회 측이 마련해준 겁니다. 보통 대회들에서 그렇게 합니다. 가까운 나라로 갈 땐 어떤 항공편이라도 큰 문제는 없겠죠. 하지만 10시간이 훌쩍 넘는 장거리 비행은 선수에게 부담이 되기 마련입니다.

소식이 전해진 뒤 비난의 화살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했습니다. 항공편 문제는 연맹이 조직위 측과 협의해 충분히 조정할 수 있었으니까요. 선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연맹의 무성의한 태도에 네티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에는 “빙상연맹에 뭘 바라겠느냐” “소나무보다도 한결 같은 연맹의 일처리다” “자비로 가지 않아 다행이라 할 정도다”라는 등의 비판여론이 일었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연아를 수년간 응원하면서 그 뒤 빙상연맹의 일처리를 함께 봤기 때문입니다. 낯설지 않은 상황이죠.

대표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건 소치올림픽 때였습니다. ‘여왕’ 김연아가 치른 마지막 올림픽이었지요.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음에도 석연치 못한 심판판정으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빼앗겼습니다. 국민들은 분노로 들끓었지만 연맹은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개개인을 좀 더 세심하게 챙겼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어떤 종류의 문제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선수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필요해보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