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년 전 지뢰 밟은 내 아들도 다리 잘렸으면 관심 가져 줬을까요”

기사승인 2015-09-02 13: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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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1년 전 지뢰 밟은 내 아들도 다리 잘렸으면 관심 가져 줬을까요”

“내 아들도 다리를 잃었다면 저 장병들처럼 관심을 가져줬을까요?”

어머니는 인터뷰 내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군 복무 중 다리를 심하게 다친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기 때문입니다.

2014년 6월18일 오전 11시쯤 제21보병사단 공병대대 3중대 곽모(30) 중사는 상급 부대의 지시로 부대원들과 함께 비무장지대(DMZ)에서 불모지 작전을 수행하던 중 ‘원인 미상’의 지뢰에 의한 폭발 사고로 다리를 다쳤습니다. 오른쪽 다리 발바닥에 개방성 골절, 목말뼈 골절 등으로 4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현재도 비복신경(장딴지 신경) 손상으로 지속적인 다리 통증을 참아내고 있습니다.

곽 중사 어머니의 근심은 끊이질 않습니다. 금지옥엽 키운 아들이 크게 다친 것도 모자라 병원비 일부를 스스로 부담했기 때문입니다

곽 중사는 수술비를 포함한 치료비 1750여만원 중 건강보험공단 부담 100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을 자비로 해결했습니다. 이유는 ‘공무상 요양비’ 제도에 있습니다. 현역 군인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을 당해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 국가에서 진료비를 보전해주는 이 제도는 최대 30일의 병원비만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단 의무대에서 춘천병원으로 이동한 곽 중사는 해당 병원에서는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강원대학교병원으로 위탁됐습니다. 자의로 인해 가게 된 민간병원이 아님에도 30일을 넘긴 부분의 병원비는 그의 몫이 되었습니다.

곽 중사의 어머니는 지난달 4일 경기 파주시 DMZ에서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사고로 김모(23) 하사와 하모(21) 하사가 다리를 잃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안타까움과 속상함을 동시에 느꼈다고 합니다. 너무나 다른 군 당국의 대응 때문입니다

곽 중사 어머니는 “똑같이 위험한 지역에서 근무를 서다 지뢰를 밟았는데 누구는 영웅이 되고 누구는 하대를 받는다”며 “다리가 잘렸다면 관심을 가져줬을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곽 중사의 누나는 “최근 파주 지뢰 폭발사고 보도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군 복무 중 다리를 잃었으니 저분들 심정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겠나. 하지만 비슷한 사고를 겪었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된 동생 생각이 나 착잡하기도 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훈장이나 성금, 기부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지금까지 사비로 내왔던 치료비만이라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라를 지키다 영구적 부상을 입은 곽 중사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 끝까지 군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뢰를 밟아가며 해온 군 복무를 그저 대가 없는 희생으로 치환하기에는 그의 상처가 너무 깊어 보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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