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亡)] ‘협녀’는 어떻게 ‘혐녀’가 됐나

기사승인 2015-08-28 12: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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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亡)] ‘협녀’는 어떻게 ‘혐녀’가 됐나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기대가 컸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는 물론이고 배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 만나 무협영화를 찍었다는 의미도 남달랐다. 지난해 2월에 촬영이 완료된 이후 공개되기까지 흐른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 기대감은 증폭됐다. 영화 ‘암살’과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 ‘베테랑’ 등 굵직한 영화들 사이에 개봉 시기를 잡은 것도 ‘협녀, 칼의 노래’(이하 협녀)에 대해 배급사가 가진 자신감의 반증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어긋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협녀’는 지난 13일 개봉 이후 27일까지 누적관객수 42만6324명을 기록했다. ‘암살’이 누적관객수 1184만7471명으로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8위에 오르고 ‘베테랑’이 973만2947명으로 곧 천만관객을 눈앞에 둔 것과 대조된다. ‘협녀’와 같은 날 개봉한 ‘미쓰 와이프’마저 72만3575명의 누적관객수로 앞지른 상황이다.

당연히 제작비 회수도 어렵게 됐다. 350만 명의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었던 ‘협녀’는 27일까지 33억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수십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5만 명의 관객만 동원돼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소규모 영화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혹시 모를 반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28일 기준 ‘협녀’를 상영하고 있는 스크린 수는 24개이고 박스오피스 순위는 17위다.

처음부터 이 정도의 흥행 실패가 예견된 것은 아니다. 지난 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의 반응은 좋았다. 수려한 영상미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 한국형 무협영화를 개척하고 멜로를 섞은 것까지 호평이 이어졌다. 간혹 ‘50억 협박녀 사건’의 이병헌이 몰입을 방해한다거나 실소가 터지는 장면이 있다는 언급도 있었지만 이병헌의 연기만큼은 훌륭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협녀’에 대한 기대감이 흥행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관객들은 개봉 전날까지도 ‘협녀’를 꼭 봐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극장에는 이미 ‘암살’과 ‘베테랑’처럼 입소문으로 검증 받은 영화들이 줄줄이 걸려있었다. ‘협녀’의 개봉 전날인 지난 12일의 ‘협녀’ 예매율은 8%대에 머물렀다. ‘암살’이 개봉 전날 예매율 44%,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 42%, ‘베테랑’이 23%를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이미 개봉 전날부터 ‘협녀’의 흥행 전선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시작은 나쁠 수 있다. 영화가 정말 재미있다면 관객들의 입소문에 의지해 ‘역주행’을 기대해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입소문은 ‘협녀’에겐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다. ‘협녀’는 개봉일인 지난 13일 7만980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이틀 후인 15일에는 주말임에도 8만8403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박스오피스 6위로 떨어졌다. 예상보다 정주행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 이후로 ‘협녀’의 박스오피스 순위가 상승하는 일은 없었다.

네티즌들의 혹평도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나만 당할 수 없다”거나 “협녀가 아닌 혐녀”라며 영화를 본 것을 후회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영화를 보고 있는 중간에 빠져나가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고 영화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이 순간에도 ‘협녀’의 예매권을 1000~2000원에 팔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협녀’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매끄럽지 못한 영화의 전개를 긴 후반 작업 기간 동안 보완하지 못한 점과 더불어 이병헌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변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 개봉이 미뤄진 탓에 영화가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나 개봉 시기를 과감하게 잡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결국 ‘협녀’는 망한 작품의 대열에 올라섰다. 영화에 참여한 감독과 배우는 물론 제작사, 투자배급사, 그리고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본 42만 여명의 관객에게 ‘협녀’는 한 여름 밤의 악몽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누군가에겐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돌이켜 볼 시간이, 다른 누군가에겐 영화의 기억을 잊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협녀’는 ‘혐녀’가 됐다.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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