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대 시세차익 인크로스, SK 최태원 회장의 위장계열사 ‘의혹’

기사승인 2015-04-20 00: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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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대 시세차익 인크로스, SK 최태원 회장의 위장계열사 ‘의혹’

[쿠키뉴스=최민지 기자] SK계열사의 매출비중이 80%대에 이르는 (주)인크로스가 상장을 앞두고 1000억원대 시세 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뒷말이 무성하다. 최태원 SK그룹의 처남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씨가 실질적인 오너가 아니냐는 논란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재벌 회장의 친인척 밀어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인크로스의 실제 주인이 최태원 회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인크로스는 지난 2007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같은 해 9월 티노솔루션즈라는 사명으로 설립됐다. 지난 2008년 9월 티노커뮤니케이션즈(주)로 사명을 변경해 지난 2009년 SK계열사 크로스엠인사이트, 지난 2010년 12월 이노에이스 등 2개 회사를 차례대로 인수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논란의 시작은 인크로스에 처음 인수합병된 크로스엠사이트의 전신인 (주)에어크로스라는 SK텔레콤의 광고미디어부문을 도맡아온 계열사의 청산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 2007년 에어크로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매출 243억원과 11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8월 사업권을 SK계열사가 2008년 10월 창업한 크로스엠인사이트라는 계열사에 단돈 47억원 매각한 뒤 청산절차를 밟았다. 지난 2004년 창업해 매년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에어크로스는 하루 아침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에어크로스의 사업권을 인수받은 크로스엠사이트도 같은 절차를 밟는다. 크로스엠사이트도 창업 1년도 안된 다음해인 2009년 6월 인크로스에 뚜렷한 이유 없이 사업권을 40억원에 매각하고 모기업인 SK계열사에 흡수 합병됐다. 2009년 12월말 SK텔레콤은 에어크로스 매각 대금으로 취득원가인 72억원을 기재했다. 두 번의 지분 물타기 끝에 청산법인들의 부동산을 취득한 방식으로 회계 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200억원대 계열사의 매각 지분대금으로 47억원이 적절한지는 사정당국이 판단해 볼 문제다.

◇두 번의 지분 물타기 끝에 200억원대 알토란 계열사 헐값매각 왜 ?


인크로스는 단돈 40억원으로 약 200억원대에 매출을 올린 크로스엠사이트를 인수해 매출 93억원대에서 360억원대로 비약적으로 끌려 올려 모바일 콘텐츠업계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다.

당시에도 이처럼 말도 안되는 계열사 기업 인수 합병에 뒷말이 많았다. 지금의 인크로스의 창업자나 다름없었던 노재헌씨는 지난 2008년 5월 이후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돌연 2010년 2월 이사직을 사퇴했다.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 부담이 컸다는 반증이다.

이노에이스 매각 과정은 에어크로스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합병당시 이노에이스는 2009년 매출 490억원과 당기순익 18억원을 올렸다. 이때 이 회사의 대주주인 SK네트웍스는 보유지분 43% 중 30%를, SK텔레콤은 14%를 각각 52억원, 4억원에 헐값 매각했다. 이후 SK네트웍스의 이노에이스 잔여 지분 13%도 매각됐지만 매각대금은 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SK네트웍스의 이노에이스 지분은 최태원 회장으로 넘겨 받은 것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으로 피해복구를 위해 내놓은 개인재산 중 하나였지만 SK네트웍스와 SK텔레콤은 단돈 56억원에 500억원짜리 계열사를 처남의 회사로 팔아치운 것이다.

매출 700억원대에 이르는 SK계열사 2개사를 합병한 인크로스는 지난 2013년 매출 817억원과 당기순익 35억원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크로스는 SK플래닛이 운영하는 모바일 스토어인 티스토어의 운영권과 광고 대행 사업권을 독점적으로 거머쥐고 있어 성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노에이스 합병에 보이지 않은 손 작용?


그러나 인수방식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크로스가 이노에이스를 인수할 때는 인수 기업의 주식교부방식이라는 다소 생소한 기업합병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두 회사간 주식교부기준은 1주(인크로스)대 0.03주(이노에이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비율로 채택됐는데도, 이노에이스의 새 대주주들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SK네트웍스와 SK텔레콤이 매각한 이노에이스 지분은 총 57%다. 현재 지분 인수자와 인수금액이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이노에이스의 새 대주주들은 경영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인크로스와의 인수합병을 택했다. 인크로스는 거액의 인수비용을 들일 이유도 없어 덩치가 큰 이노에이스를 손쉽게 인수했다.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하고 있지 않고서야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현재 합병 회사가 된 인크로스의 지분 5%를 보유한 대주주인 김종식 전 이노에이스 대표이사조차 합병 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굴욕을 겪었다. 인크로스가 이노에이스보다 매출 의존도나 경영 능력에서는 뒤처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 때문에 인크로스와 이노에이스의 합병은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한 설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되는 이유로 꼽힌다.

두 회사에 영향력이 있고, 결정권이 쥔 실제 소유자가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크로스의 주주명부에는 노재헌씨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가 2013년 국세청에 제출한 주주명부에 따르면, 대표이사 이재원 9.5%, 스톤브릿지캐피탈 6.3%, 김종식 전 이노에이스 대표이사 5.2%, 파트너스벤처캐피탈 2.2%, 이외 나머지 75%의 지분은 188명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SK계열사들은 이노에이스 지분매각을 단 세차례만 처리했는데도 200여명에 가까운 소액주주로 쪼개져 있다는 점이 명의신탁 가능성을 추정하게 한다. 이는 사실상 특정인의 지분을 소액주주 명의로 나눠졌다거나 아니면 지분이 여러 차례 소액주주들에게 매각됐다는 것인데, 후자는 인크로스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로 포장된 인크로스 지분의 상당수가 노재헌씨나 제3자의 명의 신탁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인크로스의 등기이사 구성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실소유자가 노재헌씨 일까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재헌씨는 인크로스가 지난 2011년 1월 (주)이노에이스를 인수합병한 뒤인 2012년 3월 등기이사로 재복귀했다. 이때 이 회사의 감사로 최태원 회장의 분식회계사건 당시 변호를 맡았던 유명로펌의 A변호사가 취임했다. A변호사는 최근 SK계열사의 사외이사 발탁돼 SK그룹과 인연이 깊다.

A변호사의 감사 취임은 이 회사의 실소유주를 노재헌씨로만 설명하기는 부족한 점이 있다. 제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해도 자신의 회사에 매형의 최측근을 감사로 앉히는 건 껄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크로스의 실소유자는 최태원 회장일 수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주요등기 이사에 최 회장의 측근 처남과 A변호사 등을 포진시켜 실질적인 회사 지배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 인크로스의 임직원들이 상당수 SK계열사 출신이라는 점과 이 회사 매출의 80% 가까이 SK계열사로부터 의존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최 회장의 지배권 아래 놓였다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위장계열사에 해당하는 셈이다.


최 회장이 이같은 일을 벌인 이유로는 3세경영 체제로의 변화를 위한 종자돈 마련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태원 회장은 SK네트웍스 분식회계사건으로 보유한 워커힐 지분 등 개인사재를 출연해 그룹 지배권이 약화돼 있다. 게다가 SK그룹은 3세 체제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종자돈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같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SK계열사의 매출의존도가 높은 인크로스는 지난해 5월 회사분할을 통해 에스피테크놀러지(주)라는 회사를 별도로 만들었다. 이 회사도 SK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91%대에 이른다. 이는 인크로스의 매출의존도가 높은 세간의 인식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라는 것이다.


결국 SK그룹은 멀쩡한 2개의 계열사를 헐값에 매각해 최태원 회장 일가에 떠넘겨준 셈이 됐다. 1조 7000억원대의 SK네트웍스 분식회계사건으로 엄청난 충격을 준 최태원 회장이 약속한 사재출연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날 조짐이다. freepen0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