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밝혀진 대구 여대생 의문사… 집단 성폭행 외국인노동자 일당 덜미

기사승인 2013-09-05 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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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귀가하던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한 외국인노동자들이 15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대구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형택)는 한국에 거주 중인 A씨를 특수강도강간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스리랑카에 체류하는 공범 B씨(44)와 C씨(39)를 기소 중지했다고 5일 밝혔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1998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정모(당시 18세)양은 사고 이전에 A씨(46) 등 스리랑카인 3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사건 당시 수사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해 교통사고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정양의 속옷에서 검출된 남성 정액 DNA만 국과수에 보관된 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드러난 전말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3명은 산업연수생으로 대구 성서공단에 근무하던 중 1998년 10월17일 심야시간에 길을 가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정양을 발견했다. 이후 이들은 함께 만취한 정양을 대구 달서구의 구마고속도로 인근으로 데려간 후 현금을 빼앗고 집단 성폭행했다.

이후 정양은 고속도로를 떠돌다 새벽 5시30분쯤 23톤 트럭에 치여 숨졌다. 그해 12월 트럭 운전자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고 사건이 종결됐다.

사고 당시 경찰은 정양이 벗겨져 있고 인근에서 발견된 속옷에서 남성 정액이 검출되는 등성범죄와 관계됐을 정황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단순교통사고로 처리해 유족들의 반발을 샀었다. 유족들이 제기한 교통사고 운전자와 수사 경찰관 등을 상대로 한 고소, 항고, 민원, 헌법소원도 모두 각하 및 기각,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의문의 죽음으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A씨가 2011년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되면서 진실이 밝혀지게 됐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A씨로부터 채취한 DNA와 국과수에 보관 중이던 DNA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정양 의문사에 대한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부검 재감정과 교통사고 시뮬레이션 시험, 법 최면검사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동원해 A씨가 범인인 점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검찰시민위원회에 사건을 회부한 결과 위원 전원이 공소제기를 의결해 기소했다.

검찰은 A씨의 여죄를 확인하던 중 압수한 핸드폰에 다수의 여성 연락처 및 음란사진 등이 보관된 것을 확인해 최근 한국여성 D씨(20)를 모텔에 데려가 가슴 등을 만진 혐의도 밝혀냈다.

이금로 대구지검 1차장검사는 “영구미제로 묻힐 뻔한 사건을 3개월여에 걸친 현장답사 및 과학적 수사기법과 유관기관과의 협조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게 됐다”며 “15년 동안 겪은 유족의 아픔을 덜기 위해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위로금을 지급하고 외국으로 출국한 공범들에 대해서도 형사사법공조 절차 등을 통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범 2명은 불법체류 적발로 강제출국 된 상태다. 스리랑카와 한국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나 형사사법 공조조약 등이 체결돼 있지 않아 공범 처벌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