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성시경씨, 노래해줘 고맙습니다

기사승인 2015-05-27 09: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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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목소리만으로 위로가 되는 가수는 흔치 않다. 그래서 가수 성시경(36)의 목소리는 늘 반갑다. 예능에서의 활약도 좋지만, 자꾸 미뤄지는 새 앨범 발매가 못내 야속했던 이유다.

그럴 때마다 성시경은 기막힌 타이밍으로 팬들을 달랜다. OST 혹은 리메이크 곡을 내거나 콘서트를 열어 목마름을 채워준다. 지난 23~25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2015 성시경의 축가’ 콘서트는 긴 기다림에 다시 힘을 실어줬다. 3일간 진행된 공연에 모인 2만2000여명의 관객들은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런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참 행복하다’고 말이다.

성시경은 보다 나은 목 상태로 공연에 임하기 위해 금연을 불사했다. 약 열흘간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았단다. 재치 있는 금연 고백으로 공연을 열면서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얘기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바라보며 “천국이에요”라고 말하는 표정이 그의 마음을 대변했다.

공연 준비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빽빽한 방송 스케줄을 피해 연습 시간을 내는 것조차 녹록치 않을 테다. jtbc ‘마녀사냥’을 시작으로 예능 대세로 자리매김한 그는 현재 jtbc ‘비정상회담’, 올리브 TV ‘오늘 뭐 먹지?’ 진행을 맡고 있다. Mnet ‘슈퍼스타K 시즌7’ 심사위원으로도 나선다. 얼마 전까진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jtbc ‘나홀로 연애중’ 등에도 출연했다.


2년여 전부터 “빠른 시일 내에 새 앨범을 내겠다”고 했던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규 앨범은 2011년 발표한 7집 ‘처음’이 마지막이다. 그럼에도 성시경을 타박할 수 없는 건 음악이라는 중심만은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콘서트에 쏟는 열정이 남다르다. 5월 축가 콘서트와 12월 연말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기념한 소극장 공연도 예정 중이다.

앨범 공백이 길어지니 본인 스스로도 부담을 느끼는 듯 했다. 공연 중 히트곡 ‘거리에서’를 소개하면서 성시경은 “이 곡을 넘는 히트곡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나 “TV(스케줄)가 너무 바빠 다음 앨범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단서를 붙였다. “앨범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그를 재촉하긴 왠지 미안했다.

3시간을 훌쩍 넘긴 콘서트 내내 성시경은 온 몸을 불살랐다. 그룹 빅뱅의 신곡 ‘배배(BAE BAE)’와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패러디해 깜짝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리 받은 관객들의 사연을 소개할 때는 검증된 라디오 DJ로서의 실력을 오랜만에 뽐냈다. 멘트나 공연 진행은 역시 능수능란했다.

[이 형 내거] 성시경씨, 노래해줘 고맙습니다

발라드를 빼놓고 성시경 공연을 논할 순 없다. 한참 웃고 떠들다가도 그가 마이크를 잡으면 객석은 마법처럼 고요해진다. 수천여명의 관객들이 그 순간 성시경의 음성에만 오롯이 집중한다. 감정을 실어 노래를 마친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행복하다.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연 막바지, 그는 진심어린 속내를 털어놨다.

“예전엔 ‘내가 뭐하는 건가’ 싶었는데 요즘엔 ‘이렇게 노래하고 살 팔자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라는 사람은 내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라 욕도 좀 먹지만 (그만큼) 사랑도 많이 받고. 잘난 척하는 뉘앙스가 분명히 있고(웃음). 근데 또 아는 사람들은 진심을 또 알아주고. 음악적 활동을 열심히 안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고. 저는 참 복에 겨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성시경은 알까. 그의 노래 한 소절에 힘을 얻고, 행복에 겨워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있다는 걸.

참, 이 말도 전해주고 싶다. ‘한 번 더 이별’ 때 스쳐지나갔던 리즈시절(외모 전성기)이 요즘 다시 찾아왔다는 반응이 많다. 다신 안 올 줄 알았던 고인(故人)을 다시 만났다며 들뜬 분위기다. kwonny@kmib.co.kr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