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수현 “어벤져스2, 제겐 지나는 과정들 중 하나일 뿐”

기사승인 2015-05-04 20: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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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지난해 3월 한국 여배우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번져스2)’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터넷은 하루종일 ‘김수현’이라는 이름으로 떠들썩했다. 그러나 검색해봐야 나오는 건 간단한 신상정보와 과거 출연한 드라마 캡처 사진 정도. ‘별에서 온’ 동명의 남자배우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불과 1년 만에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배우 수현(본명 김수현·30)은 ‘마블의 신데렐라’가 돼 돌아왔다. ‘어벤져스2’에서 천재 과학자로 분한 그는 예상보다 꽤 비중 있는 역할을 소화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아이언맨 역), 마크 러팔로(헐크 역), 크리스 에반스(캡틴 아메리카 역)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나란히 내한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비밀 유지에 철저를 기하는 마블 스튜디오 제작 특성상 수현은 그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묵묵히 작품을 준비하고 열심히 촬영에 임할 뿐이었다. 숱한 화제 속에 영화가 개봉된 뒤에야 그는 대중 앞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묵혀둔 그의 이야기들을 최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들을 수 있었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연신 환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첫 영화를 내놓은 뒤 가진 인터뷰라 조금은 긴장돼 보이기도 했다.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수현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에게 ‘어벤져스2’는 “영화에 들어가는 첫 번째 단계였을 뿐”이란다. 그저 “지나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영화가 굉장히 잘 되고 있다. 예상한 결과인가.
“그래도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실지 (몰랐어요). 제가 너무 생각을 안 했나(웃음). 아무튼 너무 좋죠.”

-영화 보고 어땠나.
“처음엔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봤는데, 그땐 영화를 다 못 봤어요. 실망스럽거나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니까 (보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두 번째는 LA프리미어 때 봤는데요. 다들 리액션이 엄청 컸어요.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보니까 저도 재밌고 좋았더라고요. 한국에서 세 번째로 봤는데, 저도 그만 보려고요 이제. 하하.”

-한국에서 봤을 때 느낌은 좀 달랐겠다.
“그죠. 아무래도 더 긴장됐어요. 어떻게 보실까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다른 관객들) 리액션을 보면서 (영화를) 봤죠.”

-그간 못했던 오디션 과정 얘기 좀 해 달라.
“디즈니랑 마블이 가지고 있는 명단이 있었어요. ‘헬렌 조’(극중 수현이 맡은 역할)라는 인물이 원작에도 한국 사람으로 돼있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배우들 중에 찾은 것 같아요. 원래 리스트엔 제가 없었는데 디즈니 사장 부인이 명단을 보시고 드라마 ‘도망자’에 영어하시는 배우가 있던데 그 분 이름은 왜 없냐고 해서 (제가) 그 명단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아마 그 분이 한국 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그 명단에 들어가서 대본을 회사로 받게 됐죠.

-추천해주신 그 분 만난 적 있나?
“아뇨 없어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웃음).”


-오디션 볼 때는 어땠나. 한국과 어떤 점이 다른가.
“한국 오디션들은 아무래도 감독님을 바로 만나잖아요. 감독님께서 제가 뭘 원하고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하시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이 사람이 이걸 잘 소화해 낼만한 배경이나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거요. 반면 해외 오디션은 철저하게 규칙대로 하는 느낌이에요. 제 키라든지 나이에 대해선 절대 얘기를 못해요. 딱 이름이랑 ‘이 오디션을 보게 돼서 기쁘다’ 정도의 소개만 해요. 모든 건 영상에 담긴 느낌만으로 평가하더라고요.”

-오디션 때 연기도 직접 했나.
“그런 것도 있었죠. 처음에는 비디오로 국내에서 찍어서 보냈고요. 그 이후에 캐스팅 디렉터를 만나고 감독님을 뵀어요. 한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구체적인 신을 주고 ‘(연기)해봐라’ 하는 식이었어요.”

-어떤 신을 선보였는지.
“울트론과 대면하는 신이랑 (어벤져스 멤버들에게) 토르에 대해 묻는 신. 두 가지가 오디션 신이었어요.”

-원래 히어로물 좋아했나.
“제가 ‘엑스맨’ 시리즈를 보면서 컸거든요. (히어로물) 좋아했죠.”

-마블 작품들도 다 좋아했는지.
“미국에선 워낙에 애들이 마블을 많이 보면서 크거든요. 그래서 익숙하다고 해야 하나? 늘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성장기 때부터 친숙했으니 출연이 더 남달랐겠다.
“네. 저희 때 디즈니 만화는 요즘 애들의 ‘뽀로로’ 같은 느낌이죠. 최근에 제 어릴 적 친구가 문자가 왔는데 ‘너 옛날에 엑스맨 보면서 이런 거 나가고 싶다고, 하면 재밌겠다고 했었잖아’ 그러더라고요. 저도 내심 그걸 바라고 있었는지…. 아무튼 신기하죠(웃음).”


-내한 행사 때는 어땠나. 한국 팬들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그냥…. 뭐라고 해야 하지. KBS2 ‘브레인’(2012) 때가 생각났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때가 슥 스쳐지나갔어요. ‘브레인’ 끝나고 나서도 팬 분들께 (출연 배우들이) 인사드리는 자리가 있었거든요. 딱 그 느낌이었어요. 다시 한 번 좋아해주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았어요. 글쎄, 한국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그때 더 느꼈어요. 예전에 배두나 선배님이 해외촬영하고 나서 무대인사 하실 때 우셨던 기억이 나거든요? 왜 그러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첫 영화라서 더욱 의미가 있겠다.
“너무 좋죠. 영화를 찍고 싶어서 많이 기다렸는데 (게다가) 제가 바라는 것 이상의 영화를 하게 됐잖아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또 굉장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같이 호흡한 게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고요.”

-현장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 좀 더 자유로운가?
“네. 좀 많이 그랬어요. 연기할 때도 그랬지만 특히 기자회견 때, 전 그렇게 다양한 대답은 정말 생각지도 않았거든요(웃음). 어떤 제한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본인의 매력이나 성격,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스스럼이 없는 느낌? 그래서 (연기할 때에도) 대본에 적혀있지 않은 의외의 모습들이 더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현장에서 배운 점은?
“그 사람들의 성향을 보면서 더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편안함, 남들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움, 남다른 자신감. 그런 것들이요.”

[쿠키人터뷰] 수현 “어벤져스2, 제겐 지나는 과정들 중 하나일 뿐”

-앞으로 본인 모습을 더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나.
“나도 더 과감해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했던 것보다 폭이 더 넓고,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사람들이 봤을 때 ‘여자는 좀 이런 역할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부분들이 존재하긴 하잖아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내 소신대로 뭔가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태껏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인가.
“그럼요. 저는 어떻게 보면 (제가 갖고 있는) ‘차도녀’ 이미지도 그냥 제 출신 학교나 이력에서 오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마르코 폴로’(수현이 시즌1에 이어 시즌2에 출연하는 미국 드라마)나 ‘어벤져스2’같은 작품들이 주어진 것에 격려를 많이 받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날 그렇게 보고 있지만은 않구나’ ‘얼마든지 다른 걸 해볼 수 있겠구나’ 싶었죠.”

-한국에서 활동할 땐 힘든 순간이 많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글쎄요…. 그래도 그런 경험이 없었으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테니 (의미가 있죠). 아직 계속 배워야 하고 더 많은 작품을 해봐야겠지만 당연히 필요한 단계였다고 생각해요. ‘어벤져스2’도 그래요. 관객이 엄청 많이 든 블록버스터? 그런 건 다 알겠지만 저에겐 그냥 영화에 들어가는 첫 번째 단계였어요. 어떻게 보면 지나가는 과정 중 하나고요.”

-‘마르코 폴로2’ 촬영에 바로 들어간다고 들었다.
“그죠. 다시 흙 속에 뒹굴러 가야죠(웃음). 사람들은 다 ‘어벤져스2’ 얘기를 하고 있지만 (저는) 어느 정도 마음정리를 하고 새로운 것에 임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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