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상의원’ 고수·박신혜, 꼭 맞는 옷을 입다

기사승인 2014-12-17 14: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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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36)는 모든 걸 내려놓고 자유롭게 노는 듯 했다. 조각 같은 외모, ‘고비드’라는 별명은
잊어도 될 것 같다. 박신혜(24)는 어린 나이에도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영화 ‘상의원’(감독 이원석)에서 꼭 맡는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영화는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을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향한 대결을 그렸다. 30년 동안 왕실의 옷을 지어온 돌석(한석규) 앞에 공진(고수)이 나타나면서 갈등은 발생한다. 중심엔 왕(유연석)에 다가가기 위해 공진의 옷을 입는 왕비(박신혜)가 있다.




극중 공진은 허리라인이 훤히 드러나는 한복을 입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기생 무릎에 눕는 건 일상이다. 옷은 자고로 편하고 예뻐야 된다고 생각한다. 욕심도 없고 본능에 이끄는 대로 옷을 만든다. 물론 조선시대에 쉽게 상상되는 인물은 아니다. 요즘으로 치면 천재 디자이너쯤 될까.

고수는 첫 사극 도전인데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질끈 묶은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이 ‘연기하지 말고 자유롭게 놀아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떻게 나올까 걱정됐다”면서도 “완성된 영화를 보니 먹먹하더라”고 털어놨다.

영화는 돌석과 공진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박신혜는 그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하께서는 비겁합니다”라며 우는 장면에서는 절제미가 돋보였다. 아역 시절부터 쌓아온 연기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드라마 ‘상속자들’ 속 밝고 귀여운 모습도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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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궁중의상과 향연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석규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 없다. 유연석은 꽃미남 외모가 몰입을 방해할까 우려됐지만 한껏 카리스마를 뽐낸다. 여성 여럿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게 뻔하다.

상의원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인 ‘열등감’에 대한 고민도 던져준다. 한석규는 “돌석과 공진의 차이점이 이 영화의 주제다. 바로 열등감”이라며 “돌석과 왕은 열등감의 응집체다. 그러나 공진은 비교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결국은 비교하지 말고 사는 것이 행복이다. 만족하며 살자는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보니 이야기가 산만해졌다. 사극에 코미디, 로맨스, 권력싸움, 예술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넣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사극에서 깔창, 뽕, 절구질하는 토끼 등을 등장시켜 차별화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다만 웃음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27분. 24일 개봉.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