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2. 블락비, 너 말곤 전부 평범해!

기사승인 2014-07-29 22: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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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 내거] 2. 블락비, 너 말곤 전부 평범해!

블락비는 최근 2~3년 내에 데뷔한 4세대 아이돌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그룹이다. ‘난리나’에 이어 ‘닐리리맘보’로 실력파 아이돌의 자리를 굳히나 했는데 태국 홍수에 관한 실언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다.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한번 침몰한 그룹은 다시 흥하기 힘들다. 순식간에 ‘양아치 그룹’으로 전락한 블락비가 이대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당시 대부분 가요계 인사들의 예측이었지만 블락비는 1년 만에 ‘베리 굿(Very Good)’으로 가요계 정상을 꿰차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명랑소녀 성공기’가 따로 없다.

블락비는 외부 작곡가에게 ‘콘셉트’나 음악을 수혈받기보다는 그룹의 프로듀스를 맡고 있는 지코(우지호)가 전 앨범의 작사·작곡까지 병행하는 그룹이다. 이는 블락비에게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그룹의 색깔과 콘셉트를 자신들의 손으로 일관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지만 반면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지코는 이 같은 점을 십분 활용해 그룹에 재미를 부여한다.

블락비가 진도 세월호 침몰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잭팟(Jackpot)’의 음원 발매를 취소하고 바로 다음 앨범 준비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이돌 음악으로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일렉트로 스윙 장르였지만 곡은 수준급이었고, 좋은 평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블락비는 곡을 과감하게 묵히기로 결정했다. 눈치를 보며 뒤늦게 활동하기보다는 더 좋은 곡으로 돌아오겠다는 자신감이었다.

앨범 ‘헐(her)’은 4세대 아이돌의 최정점에 서게 될 블락비의 선전포고다. ‘베리 굿’에서 이미 접했던 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동명의 타이틀곡 ‘헐’에는 최근 유행하는 가볍고 알록달록한 색감의 뮤직비디오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지코의 랩,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가사와 익살 넘치는 안무 등 나이 어린 프로듀서가 펼쳐낼 수 있는 장점이 모두 담겨 있다.

지코는 이번 앨범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여태껏 저는 저를 끊임없이 의심해왔지만 이번 곡에 대한 여러분의 좋은 반응 덕분에 처음으로 자신감이 생겼어요”라는 지코의 말이다. 이제야 자신감이 생겼다니. 이 악동들의 이후 활동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추신. 지난 25일 KBS 뮤직뱅크에서 만난 지코의 말 : “팬들에게는 우리가 항상 잘못하는 기분이다. 미안해, BBC! 잘 할게!”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