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만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는 벌써 월드컵 챔피언”

기사승인 2014-07-10 17: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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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월드컵의 우승 판세에서 징크스는 얼마나 작용할까.

징크스는 월드컵 84년사에서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며 방대한 기록들을 축적했다. 전술과 체력을 좌우하지 않지 않지만 심리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슛한 공이 골대를 때리면 승리할 수 없다’는 징크스가 대표적이다. 리그나 토너먼트의 종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하락하면서 감독의 심리전과 선수의 정신력 등 심리적 요소는 주요변수로 부상한다. 징크스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1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열리는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은 징크스가 충돌하는 경기다. 독일은 징크스와 정면승부를 벌여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징크스를 등에 업었다. 결승전을 통해 월드컵 챔피언과 징크스의 존폐가 걸렸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어깨가 무겁다.



“펠레의 저주가 뭐?” 저력으로 돌파할 독일

‘펠레의 저주’는 월드컵에서 가장 유명한 징크스다. 펠레(74·브라질)는 반세기 가까이 거의 모든 월드컵에서 예상한 우승후보가 조기에 탈락하거나 사건에 휘말려 ‘축구황제’의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1994 미국월드컵에서는 펠레의 지목을 받은 콜롬비아가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펠레의 우승후보 예상이 저주로 불리는 이유다.

펠레는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스페인·독일을 우승후보로 지목했다. 스페인은 첫판부터 네덜란드에 1대 5로 완패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브라질은 어렵게 오른 4강전에서 독일에 1대 7로 참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에도 펠레의 저주가 월드컵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남은 국가는 독일이다.

펠레의 저주가 또 한 번 적중할 경우 독일은 우승할 수 없다. 펠레의 저주를 증명이라도 하듯 독일은 독감으로 신음하고 있다. 프랑스와 8강전(1대 0 승)을 앞둔 지난 5일까지만 해도 7명이 쓰러졌다.

독일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를 앞세운 포르투갈도 독일에 네 번이나 골문을 열어줬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월드컵에서 7골을 넣은 유일한 국가도 독일이다. 공격수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5골)도 두 골만 더 넣으면 득점 부문 단독 선두에 오를 수 있는 만큼 결승전에서 골 욕심을 낼 가능성이 높다.

독일이 우승하면 펠레의 저주는 2010 남아공월드컵(스페인 우승)에 이어 두 번째로 깨진다. 이 경우 펠레의 저주는 사실상 소멸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펠레의 입장에서도 독일의 우승은 명예회복의 기회다.

징크스만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는 벌써 월드컵 챔피언”


“그거 하나뿐인 줄 알아?” 징크스는 아르헨티나의 편

유럽과 남미는 월드컵의 판세를 양분한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다. 1930 우루과이월드컵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84년 동안 아시아·아프리카·북중미·오세아니아에 정상을 내주지 않았다. 개최대륙은 오세아니아를 제외하고 모든 대륙으로 확산됐지만 모두 유럽과 남미의 우승을 위한 무대였다.

다만 유럽은 남미에서 열린 대회를 한 번도 정복하지 못했다. 남미는 1958 스웨덴월드컵(브라질 우승)을 제외하고 나머지 유럽에서 개최한 아홉 번의 대회에서 정상을 밟지 못했다. 방어율에서는 남미가 우세하고 횟수에서는 유럽이 앞선다. 유럽과 남미는 안방 대륙의 월드컵에서 우승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개최대륙 징크스는 사실 스포츠의 홈 어드밴티지를 증명하는 기록에 가깝다. 이번 월드컵의 개최대륙은 남미다. 남미는 중반까지 초강세를 드러냈지만 이제는 아르헨티나가 마지막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하면 개최대륙 징크스는 또 한 번 증명된다.

아르헨티나는 ‘발롱도르의 저주’도 털어냈다. 발롱도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매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선수에게는 최고의 영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발롱도르 수상자의 국가가 우승할 수 없다는 징크스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는 지난해까지 4년간 발롱도르 타이틀을 수성했으나 올해에는 호날두에게 빼앗겼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유난히 부진했던 메시는 발롱도르를 놓친 뒤 펄펄 날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아르헨티나가 독일을 물리치고 우승할 경우 징크스는 대부분 유지될 수 있다. 징크스는 지금 아르헨티나의 편에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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