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표창원·경찰 “여성혐오로 단정짓기 어렵다”

기사승인 2016-05-20 10: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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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표창원·경찰 “여성혐오로 단정짓기 어렵다”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볼 수 있을까.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7일 피의자 김씨는 새벽 강남역 10번 출구 화장실에서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러 23세 여성 A씨를 살해했다. 경찰은 같은날 오전 10시쯤 범행 현장에 나타난 김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김씨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엌용 식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했다”며 “범행 전 식칼을 미리 준비했고,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A씨에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렇듯 김씨가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끔찍한 살인을 벌인 것을 두고 ‘여성 혐오’로 살인 동기를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는 추모 열기가 뜨겁다. 짤막한 글귀들이 출구 옆 벽에 빼곡하게 채워졌다. 포스트잇에는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이다’, ‘당신이 아니라 내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라는 글들이 써 있다.

그렇다면 그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볼 수 있을까. 김씨는 정신분열증 병력이 있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씨가 2008년부터 올해 1월까지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진단서와 진료 기록을 확인했다. 경찰은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내역에서 김씨는 2008년 여름부터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아 2008년 수원 모 병원에서 1개월, 2011년 부천 모 병원에서 6개월, 2013년 조치원 모 병원에서 6개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모 병원에서 6개월 등 4번의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 1월 퇴원할 때 주치의로부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는 게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3월 말 집을 나간후 약물 복용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여성 혐오가 살인의 중요한 동기가 됐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과 관련해 진중권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경찰에서 그것을 혐오범죄로 규정하든 안하든 여성혐오가 그 행위의 배경을 이룬 것은 부인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진중권 교수는 "중요한 것은 그가 '여성에게 무시당했다'는 것이 도대체 자기가 한 행위의 변명으로 통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 자체, 실은 그게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신병력과 여성혐오 범죄를 구분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의 정신질환 경력 등 '여성혐오 범죄'로 단정짓기 어려운 것은 분명합니다"라고 발언했다.

표 당선인은 "하지만 '낯모르는, 관계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계획적인 범행임은 분명하며 그 저변에는 일베와 소라넷 등으로 대변되는 비뚤어진 남성중심주의 하위문화가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라고 했다.

한편 경찰 역시 김씨의 정신분열증이 상당히 심각해 김씨가 진술하는 여성에 대한 반감이나 피해 망상이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것일 소지가 높아 이번 사건이 단지 여성혐오 범행이라고 보기 다소 어렵다고 보고 있다.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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