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누적 피폭량 알아보는 병원 드물어…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유일?

기사승인 2016-01-19 00: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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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누적 피폭량 알아보는 병원 드물어…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유일?

일부 병원서 환자별 피폭량 기록하기도
검사 의뢰한 진료과 환자 방사선 누척치 알지 못해
단순 집계보다 검사 필요성·누적 위험도 다시 따져야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 검사에 따른 방사선 피폭을 우려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선 피폭에 따른 암 발생 위험이 보고되면서 일부 환자들은 검사실을 들어와 방사선사에게 피폭량이 얼마인지 묻고 얼마큼 위해한지를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일단 특정 진료과에서 검사 의뢰가 내려진 이상 방사선사는 위해와 이득을 비교해 환자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세브란스병원 한 방사선사는 “환자 개인의 누적피폭량이 많다고 판단돼도 검사항목을 빼달라고 요구하거나 검사를 거절하는 경우는 드물다. 검사의 이득과 위해성을 해당과 의료진이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선사에게 물어도 환자가 원하는 구체적인 답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몰라서가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검사를 의뢰한 해당과 의료진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검사를 의뢰한 진료과에서 방사선 피폭에 대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영상의학 분야 전문가가 아닌 신경외과, 정형외과, 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질병의 진단을 위해 검사를 의뢰한다. 하지만 해당 검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검사별 선량을 알고 있거나 선량이 끼치는 위해 여부를 알고 비교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건욱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사무총장(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은 “환자의 피폭정도가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상의학과와 핵의학과 외 타 진료과에서도 (방사선 피폭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취재결과 검사 때마다 환자의 피폭량을 기록하고 환자의 1년치 누적량을 알아보는 시스템이 갖춘 의료기관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대형병원 몇 곳이 환자들에 대한 CT와 PET-CT의 1년치 누적 선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 중 세브란스병원은 미국 특정 회사에서 X선을 사용하는 모든 검사의 선량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구입해 환자 개인의 각 검사 선량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환자의 누적 피폭량을 알 수 있고, 이전 검사의 선량과 비교해 유달리 높게 설정된 선량의 정도를 파악해 제어하는 방법이다.

서울대병원은 국내에서 개발된 선량 추적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다. 이창현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CT 선량을 의무기록에 기록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있다”며 “검사를 시행하기 전 어떤 의료진도 환자의 누적 선량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검사의 누적 선량을 아는 것이 불필요한 검사와 이에 따른 방사선피폭을 막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창현 교수는 “병원과 의료진은 방사선 피폭량을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여의치 않다면 수기로 작성해 방사선 피폭량 추적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건욱 교수는 “선량표기에 그쳐서는 안 되고 해당검사로 피폭되는 선량의 위해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 또 지금까지 누적치를 보고 피폭량이 많다면 CT검사 대신 초음파 또는 MRI로 대체할만한 검사가 있는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kubee08@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