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운동본부, “혁신의약품 특례 허가제도 철회해야”

기사승인 2015-07-27 16: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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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의약품 특례 허가 제도’에 대해 효과도 불분명한 임상시험을 환자들에게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혁신의약품 특례 허가제도는 기존 의약품 허가 절차를 무력화시키고 국민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즉기 의약품 안정공급 특별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17일 ‘의약품 안전공급 지원 특별법’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에 따르면 식약처는 의약품의 공급 중단이 우려될 시 환자들에게 원활히 의약품을 공급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현존하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의약품’을 허가해 주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법안에서는 ‘혁신의약품’으로 지정 가능한 대상을 정의하고, 연구개발 중에 있거나 허가 신청 중인 의약품 중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제 혹은 적절한 치료방법·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 치료제가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은 “연구개발이 끝나지도 않거나 제대로 허가도 받지 않은 의약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 정의에 따르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항암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수많은 신약들이 혁신의약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혁신의약품들이 제대로 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약사법에 따르면 제약사가 신약을 허가 받기 위해서는 해당 의약품에 큰 부작용이 없는지(안전성), 제대로 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지(유효성) 검증하는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고 식약처는 이를 꼼꼼히 심사하고 허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은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의약품은 잠정적인 효능·효과를 나타낸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약품 안정공급 심의회의 심의만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최대 10년간 면제받는다. 약인지 아닌지도 모를 것이 혁신의약품이라는 이름을 달고 환자들에게 버젓이 판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혁신의약품을 심의할 의약품 안정공급 협의회의 구성도 황당할 따름이다. 협의회에는 한국제약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이 추천하는 사람이 위원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제약사가 신청한 의약품을 제약사가 추천한 사람이 심의하게 되는 것이다. 심의 과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법안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것도 문제로 삼았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안전성과 유효성도 확인할 수 없고 심의 과정의 공정성도 기대할 수 없는 혁신의약품임에도 건강보험 급여를 신속하게 심의하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의 고유 권한인 약제 급여 평가 업무에도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희귀 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혁신의약품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는 식약처와 제약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약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약물들은 어디까지나 안전하게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환자들이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효과와 안전성도 불분명한 이런 약물들을 환자들에게 돈 받고 팔수 있도록 하는 것은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과 분명히 다른 문제이다. 오히려 글리벡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효과 있는 신약의 경우 환자들이 시판 이후 높은 약가로 인해 고통 받는 경우가 더 많다”며 “정부가 즉시 의약품 안정공급 특별법을 철회하고 제약기업들을 위한 규제완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