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관련 학회, “한수원, 인근 주민 갑상선암 발병 책임 있다” 1심 판결 전면 반박

기사승인 2015-05-24 01:00:55
- + 인쇄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2012년 고리원전 인근에 20년 가까이 거주한 이모씨의 가족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상대로 ‘원전에서 배출된 방사선 영향으로 암에 걸렸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주민 이씨 본인은 직장암이었고, 배우자 박씨는 갑상선암, 아들은 선천성 자폐증이었다. 당시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고리원전에서 7.6km 떨어진 곳에 산 이들 가족이 낸 소송에서 일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직장암과 선천성 자폐증을 앓았던 이씨와 그의 아들은 기각됐지만 갑상선암을 앓던 배우자 박씨의 경우는 인정됐다.

판결의 요지는 박씨가 원전 부근에 상당 기간 거주하면서 발전소에서 내보낸 방사선에 노출됐고, 그로인해 갑상선암을 걸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여성들에게서 갑상선암이 증가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한수원은 항소했다. 그리고 오는 7월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지난 6일 제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의 주제로 원전 주변주민과 갑상선암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다뤘다. 재판부의 판결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과학적인 방법의 접근으로는 방사선과 질병의 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원전역학조사팀은 국내 원전주변주민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펼쳤다. 고리, 월성, 영광, 울진 등 현재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5km 이내 거주 주민과 원전종사자의 암 발병률을 조사했다. 5km 이상 30km이하 근거리 지역을 대조지역을 삼았다. 조사결과, 여성에서의 갑상선암의 발생률은 원자력발전소 5km 이내 주변 지역에서 100만 명당 61.4명 꼴 인데 반해 5km이상 떨어진 지역에서의 발병률은 43.6명에 그쳤다. 통계적 유의성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조사팀은 이에 대해 5km이내 주변지역과 그 이상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에서 노출되는 환경방사선량(자연방사선량+인공방사선량)의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0.01밀리시버트 정도로 낮게 관리돼 있으며 음식, 땅이나 대기를 통해 노출되는 자연방사선량 모두를 따져보아도 원전 바로 옆과 그 외 지역 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학회들은 이 지역에서 발병한 여성 갑상선암을 ‘방사선 이외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론 분석했다. 갑상선의 80~90%는 아직까지 그 근거를 알 수 없으며, 유전적 소인, 요오드 섭취 과다 혹은 결핍, 다출산, 유산경험, 다이어트, 인위적 폐경, 조기검진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원자력학회, 대한핵의학회, 방사선종양학회 등은 “만약 방사선 피폭이 원인이었다면 갑상선암 외에 방사선 피폭과 인과관계에 놓여있는 다른 암(위암, 유방암, 폐암, 백혈병)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어야 하나 유독 갑상선암의 비율이 높았고, 특히 원전주변 거주 남녀 모두에게서 갑상선암이 높은 경향을 보여야하나 여성에서만 높았다. 또 원전 주변에 오래 거주할수록 갑상선암의 발생이 높아야하나 거주 기간과 비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전이 갑상선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때 국내 갑상선암의 무서운 발병률이 과도한 검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들 학회도 원전주변 주민들이 한수원과 지자체가 제공하는 건강검진의 혜택으로 타 지역 주민들에 비해 갑상선 검진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갑상선암이 검사빈도가 높을수록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전 주변 높은 검진률과 발병률을 따로 떼어놓고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 기간동안 내놓은 학회의 학술적 주장은 향후 항소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