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치료 '안전'으로 중심이동

기사승인 2015-05-23 09: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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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절제나 부분절제 생존율 큰 차이 없어 가급적 남기는 쪽으로 선회

[쿠키뉴스] 갑상선암 환자의 치료 패턴이 더욱 안전한 쪽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부분절제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방사선동위원소 요오드 치료도 저용량 치료로 기울고 있다. 저위험군 대상으로는 아예 요오드 치료를 하지 않는 가능성도 시도되고 있다. 호르몬 투여 용량도 더욱 더 정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최근 관련 학회에서도 잇달아 발표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전절제 vs 부분절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갑상선 결절(암 조직)만 제거하는 수술은 거의 시행되지 않았을뿐더러 제거술 중에서도 부분절제(엽절제술)보다는 갑상선 양쪽을 전부 절제하는 전절제술이 대부분이었다.

그 배경에는 한 쪽에만 암이 있다고 해도 반대쪽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존재할 확률이 30~85%로 높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발하면 2차 수술이 불가피하고 수술에 따른 합병증 발생, 고용량 동위원소 요오드 치료 등이 이유가 됐다.

그러나 최근 전절제보다는 부분절제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전절제 수술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연세의대 남지선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는 ""최근 연구결과들을 보면 적절히 환자군을 잘 선택하는 경우 재발률이나 생존율에 차이가 없고, 오히려 전절제술 시 저칼슘혈증, 후두신경손상 등의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수술 범위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의대 김태용 교수(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는 ""전 세계적으로도 부분절제냐 전절제냐에 대한 논란은 수십년간 계속되고 있는데 지금은 절반만 떼는 것에 대해 외과 의사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대상환자는 엄격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저위험군에 속한다. 국내의 경우 조기 검진에 따라 작은 조직(6~10mm)의 발견이 늘면서 대부분 경증인 경우가 많아 덩달아 많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남 교수는 ""모든 암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가장 흔하고 예후가 좋은 갑상선 분화암에만 해당되며 분화암인 경우에도 기준에 맞는 환자만 가능하다""면서 ""어쨌든 전절제가 아닌 부분절제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부분절제 재발 위험성 염두해 추적관찰 필요

부분절제는 호르몬을 생성하는 갑상선 기능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늘 재발의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동안 많은 의사가 전절제를 고집해왔던 것은 갑상선암의 재발에 따른 위험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10년에 5~10%는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발하면 재수술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 부작용 위험도 크다.

김 교수는 ""전절제를 하고 동위원소 치료를 하면 남은 암 조직을 빨리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천하무적의 치료법이 될 수 있는 반면에 부분절제는 재발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5년 10년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완전한 저위험군이 아닌 이상 부분절제는 권고되지 않고 있다.

◇방사선동위원소 치료는 갈수록 저용량

최근 갑상선 치료에서 떠오르고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는 방사성 동위원소 요오드 치료용량의 변화이다. 저위험군의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낮은 용량으로 치료를 해보자는 게 새로운 이슈다.

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갑상선 전절제를 한 경우 남아있는 암 조직을 제거 또는 치료하기 위해 적게는 30mCi부터 많게는 200mCi까지 투여하게 된다.

김 교수는 ""암이 임파선에 많이 번졌다든지, 기도에 침범이 심한 경우에 고용량을 쓰는데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대개 30~80mCi를 쓴다""며 ""최근에는 이조차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근거는 지난 2012년 5월 NEJM에 저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고용량과 저용량을 투여했을 때 두 군 간 예후 차이가 없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실리면서 이러한 결과가 서서히 임상에 반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동위원소 치료를 하지 않는 것도 시도되고 있다. 국립암센터를 포함해 몇몇 대학병원은 재발위험이 낮은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동의원소 치료군과 검사군으로 나눠 비교하는 연구를 위해 환자를 모집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영국 데이터가 존재하지만 국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별도의 국내 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저위험군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도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또 다른 관심사는 중간이나 고위험군에 대해 동위원소 용량 및 횟수다.

김 교수는 ""저위험군에서 하나 안 하나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30mCi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면서 ""문제는 중위험과 고위험군에 어떤 용량으로 몇 회를 치료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가 없어서 100mCi 전후로 주는 현실인데 더 낮출 수도 있는지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르몬제 투여도 맞춤형으로 변화

갑상선 호르몬제 투여도 맞춤형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을 완전히 억제하는 것에서 환자의 반응에 따라 억제 정도를 다르게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남 교수는 ""TSH를 완전히 억제하는 것이 예방적 목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한 부정맥, 허혈성 심질환, 골다공증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치료가 잘된 환자들의 경우에도 이득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논란이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치료반응이 좋은 사람은 정상범위의 TSH를 유지하면 되고, 반응이 안 좋은 사람은 0.1 미만으로 매우 낮게 유지하고 반응이 중간 정도인 사람은 TSH 수치 또한 중간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호르몬 용량조절 또한 정밀하게 조절하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수술 안 한 기능 저하 환자들은 갑상선 기능이 남아있기 때문에 호르몬을 주면 부족한 기능만 채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전절제 환자들은 투약되는 용량 그대로 환자한테 가는 것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필요로 하는 양으로 맞춰 주는 게 필요하다.

김 교수는 ""미국은 용량조절을 쉽게 하기 위해 100, 112, 133,150, 88, 66mcg이 색깔별로 공급되지만 한국은 3가지 용량이고 일부는 쪼개 먹는 형태라서 용량조절에 한계는 있지만 어쨌든 최근 들어 정교하게 용량을 조절해주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제약사들이 좀 더 다양한 용량을 출시하면 환자들의 복용도 쉬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대한갑상선학회 정재훈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은 ""최근 여러 가지 다양한 연구가 나오면서 임상에 적용되고 있지만 각 위험군에 대한 정의부터, 동위원소 투약용량에 대한 부분은 언급이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미국이 개정안을 만들어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도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sjpark@monews.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