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두산 광고가 부끄러운 ‘복면기업왕’ 박용성

기사승인 2015-04-23 10: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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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CF 화면 캡처

[이슈 인 심리학]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두산 광고가 부끄러운 ‘복면기업왕’ 박용성

22일 중앙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박용성(사진) 전 이사장의 ‘막말 파문’과 관련해 “박 전 이사장은 법적 책임을 지고 이용구 총장은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중앙대 교수연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전 이사장의 막말 파문은 한국 대학사회와 그 구성원을 모욕하고 협박한 ‘대학판 조현아 사건’”이라며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현아(구속)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소위 ‘힘 있는 자’들의 ‘슈퍼 갑질’, 특히 막말이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달 24일 박 전 이사장은 이용구 중앙대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 명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인사권을 가진 내가 모든 것을 처리한다”면서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쳐줄 것”이라는 등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최근 전해졌다.

박 전 이사장의 이와 같은 말은 자신이 과거 부회장이었던 두산그룹의 광고 카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동생인 박용만 현 두산그룹 회장은 이 광고 카피로 3년 전 한국광고PR실학회가 주관한 ‘한국의 광고PR인’ 시상식에서 ‘올해의 카피라이터상’까지 수상했지만, 형이 그 빛을 퇴색시켜 버린 꼴이 됐다.


“정직과 용기를 보여주는 사람만큼 미래를 맡겨도 좋은 사람은 없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좋아질 점도 많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 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정적과 용기 그리고 신뢰”를 이야기하지만 뒤에서는 “피와 고통 그리고 목을 칠 것”을 이야기 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눈물 흘리는 삐에로(pierrot)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림자(shadow)’는 대중에게 일반 영어 단어이기도 하지만 심리학자들에겐 심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이 용어는 스위스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1913년 어느 강연에서 자신의 이론을 ‘분석심리학(analytic psychology)’라고 부르면서 만들기 시작한 용어들 중하나이다.

이 그림자는 자아와 대비되는 말이다. 사람의 마음은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무의식이다. 이 때 세상에 나가 살면서 자신의 자아를 겉으로 드러낸 의식적인 삶을 사는 것은 ‘밝은 빛의 자아’라고 부른다. 이와 반대로 세상과 떨어져 혼자 있을 때 세상이 아닌 내면과 소통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아 뒤로 숨기는 무의식적인 삶을 ‘어두운 그림자의 자아’라고 부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어두운 그림자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그림자를 스스로가 발견하고 인정하면서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면 마음이 건강해 진다. 하지만 밝은 빛의 자아와 어두운 그림자의 자아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개인지상주의자’나 ‘과대망상’을 품는 자가 되기 쉽다. 인간이 세상에 나가 소통을 할 때는 자아의 얼굴에 쓰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가면(persona)’이라고 한다.

가령, 세상에서 자신의 자아의 얼굴에 ‘판사 가면’을 쓰고 소통하는 사람이 집에 와서도 이 가면을 계속 쓰면서 가족에게 “너희들 공부 안 하면 1년 형이다”라고 말하면 그림자는 더욱 두껍고 어두워질 것이다. 또 ‘교수 가면’을 쓰고 세상과 소통하던 사람이 집에 와서도 가족을 가르치려고만 든다면 그 만큼 ‘어두운 그림자의 가면’ 속에는 눈물 흘리는 삐에로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심리상담을 할 때 ‘단어연상검사’라는 것을 한다. 그림을 보여주고 떠오르는 단어를 연상하게 하거나 여러 단어들을 들려주거나 보여주고 내담자들에게 이 중에 기억나는 단어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 때 심리적 문제 분석의 중요 기준은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느냐이다.

박용성 전 이사장의 경우,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것을 처리한다”라는 말에서는 ‘인사권을 가진 나’라고 스스로를 ‘갑’으로 정의했다. 이 말은 세상과 소통할 때는 맞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손잡고 달리는 가족과 같은 사람들(교수들)에겐 ‘이사장 가면’을 쓰고 ‘갑질’하는 것, 스스로의 그림자가 얼마나 어두운지를 역설하는 것이다.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에서는 자아와 그림자가 얼마나 거리가 먼지 여실히 보여준다. ‘목을 쳐달라고’라는 말에서 박 전 이사장은 모든 것은 ‘자신의 관점’에서만 판단하는 일방적인 성향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려고 들고 있는 상대방의 목만 바라보는 ‘외눈박이 사자’일 뿐이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쳐줄 것”이라는 말에서는 박 전 이사장의 개인 무의식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가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말과 행동의 반복되는 상황을 겪다보면 ‘가족 시스템 중독’에 걸리게 된다. 강하고 권위적인 말과 행동의 시스템에 중독된 아이는 커서 타인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가족 안에서 형제들끼리의 소통도 어떻게 양육을 받으며 자라느냐에 따라 성장해서 그대로 표현이 된다.

박 전 이사장의 ‘막’말의 원인은 다른 이들의 말을 ‘막’아야 자신이 살 수 있는 가족 시스템 중독이 아닐까 생각된다. 박 전 이사장의 막말, 조현아 전 부사장의 막말, 정치인들과 연예인들의 너무나 많은 막말에 노출된 국민들이 ‘국가 시스템 중독’에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마지막으로 두산의 광고를 패러디하며 끝내겠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 준 적 한 번도 없으면서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하면 국민의 신뢰를 평생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