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하루 10g 이상 먹는 남성 비만 위험 1.6배 높아

기사승인 2015-04-06 09: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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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음식 주 24회 이상 먹는 여성 비만 위험 1.5배

[쿠키뉴스=이영수 기자] 하루에 나트륨을 10g 이상 섭취하는 남성이 비만이 될 확률은 39.2%로 2g 미만 섭취하는 남성(24.2%)에 비해 1.6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도 나트륨 섭취량이 많으면(7.5g 이상) 적은 여성(2g 미만)에 비해 비만율이 1.3배였다.

한양대병원 내과 전대원 교수는 2011∼2012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국민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6984명을 대상으로 나트륨 섭취량 및 짠 음식 섭취빈도와 비만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를 받아 실시된 연구결과로 나트륨줄이기운동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하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이 주관해 6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한식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됐다.

전 교수는 “나트륨 과잉 섭취를 유도하는 짠 음식 6종류(배추김치, 젓갈류, 어묵류, 국수, 라면, 햄 베이컨 소시지 등 육가공식품)를 주당 24회 이상 섭취하는 여성의 비만율(36.9%)이 8회 미만 섭취하는 여성(24.9%)보다 1.5배 높았다”며 “주(週) 26회 이상 짠 음식을 먹는 남성의 비만율은 37.5%였으며 이는 주 9회 미만 먹는 남성(35.7%)보다 약간 높은 결과”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정된다.

나트륨(짠 음식)의 과잉 섭취가 비만과 직간접으로 연루된다는 사실이 정부 용역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교수는 “짜게 먹는 사람이 비만한 것은 이들이 고열량ㆍ고지방 식품을 즐기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을 가진 탓일 수 있다”며 “짜게 먹으면 금방 목이 마르게 되고 그 결과 고(高)칼로리 탄산음료 등을 찾게 되는 것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2013년 호주에서 발표된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연구의 결론도 소금 과잉섭취가 갈증을 일으키고 갈증 해소를 위해 당(糖)이 첨가된 고(高)칼로리 음료를 더 많이 찾게 돼 비만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브라질에서 이뤄진 동물실험(2007년)에선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체지방량과 지방세포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남자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2014년)에서도 과체중 및 비만 그룹이 저체중 및 정상체중 그룹에 비해 음식을 더 짜게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간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는 “짠 음식의 섭취가 뇌의 보상과 쾌락 중추를 자극해 짠 맛 중독과 과식을 유발하고 당(糖) 첨가 음료 등의 섭취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나트륨 과다 섭취가 비만 유발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전 교수팀은 이어 비만한 사람 60명과 정상체중인 사람 60명에게 식사일기를 쓰게 하고 이들의 소변을 24시간 동안 채취했다. 그 결과 비만한 사람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192㎎으로 정상체중인 사람들(3656㎎)보다 확실히 많았다.

전 교수는 “비만한 사람들은 평소 국 및 찌개의 국물을 남기지 않고 먹는 습관과 고(高)나트륨 함유 가공식품을 섭취하는 빈도가 높았다”며 “나트륨 섭취량이 많아질수록 BMI, 허리둘레, CT로 평가한 내장지방량 및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 교수팀은 또 소변에서 나트륨이 배설되는 양을 기준으로 복부 비만율, 혈압 상승 비율, 대사증후군 동반율 등을 조사했다.

요중(尿中) 나트륨 배설량(나트륨 섭취량에 비례)이 많은 상위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동반율은 51.8%로 하위 3분의 1인 사람(32.5%)에 비해 1.5배나 높았다.

또 요중 나트륨 배설량 상위 3분의 1에 속하는 사람의 복부 비만율은 96.1%로 하위 3분의 1인 사람(45.2%)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혈압 상승 비율도 뚜렷한 차이(상위 3분의 1 95.8%, 하위 3분의 1 62.9%)를 보였다.

이날 패널 토론에서 안신영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나트륨을 2000㎎ 이하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2013년 현재 우리 국민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012㎎에 달한다”며 “전 교수팀의 연구에서 정상체중인 사람들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3600㎎대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비만 외에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위암, 골다공증 등 심각한 합병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은 “소비자는 나트륨을 덜 먹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인한 건강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속적인 교육ㆍ홍보와 소비자 행동지침을 마련해야 하며, 외식업계 및 식품업계는 자사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도 나트륨 관련 지식 및 정보를 쌓고 스스로 식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y@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