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담뱃값 전쟁

기사승인 2015-01-13 15: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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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의 호시탐탐] 담뱃값 전쟁

담뱃값 200원 인하 필립모리스에 이어 BAT 코리아, 3500원짜리 담배 가격고시

어제(12일)였지요. 외자 사로는 한국에서 1위인 업체 필립모리스가 담뱃값을 4700원에서 200원 낮춘 4500원으로 인하하는 일이 있었지요. 동종업계 대부분의 담뱃값이 4500원인 것을 감안해 수요자들을 조금이라도 끌어 앉기 위한 궁여지책을 쓴 건데요. 이를 두고 복수의 담배업체 관계자들은 “지금 밀리면 정말 끝장이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필립모리스의 심정을 이해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일이 있은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외자 사 중 업계 2위인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이하 BAT 코리아)가 초슬림 브랜드 ‘보그 시리즈(사진)’ 담배에 대해 가격을 3500원에 판매한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당초 2000원이 오른 타 업체들의 가격에 비해 1000원만 올린 것이지요. 담뱃세가 3318원(담배 종류 관계없이) 임을 감안하면, 이번 BAT 코리아의 가격정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해당 품목이 안 팔린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또 한쪽에선 ‘이미지 포장’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회사의 주요 담배는 ‘던힐’입니다. 정작 던힐의 경우 오는 15일 2000원을 인상해 기존 담배처럼 4500원에 판매하기 때문이지요.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반만 올린 BAT 코리아의 가격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은 제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서라도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입을 모이기도 했고, “허를 찔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배신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BAT 코리아의 가격정책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업체는 바로 KT&G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얇은 담배 중에 KT&G의 ‘에세(ESSE)’는 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나 가격이 1000원이나 저렴한 제품과 과연 경쟁이 되겠냐는 것입니다. 비슷한 담배끼리의 맛 전쟁이 아닌 가격 전쟁은 시장의 점유율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이번 BAT 코리아의 가격정책으로 담배가격이 요동칠지는 미지수입니다. 서로 눈치 게임만 하다 실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분위기는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KT&G가 담뱃값을 일부 인하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지금 담뱃값이 오르고 전국적으로 금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흡연자들도 담배와 쓰디쓴 전쟁을 하고 있는 거지요. 담배회사들은 매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가격에 민감한 한국인들의 정서상 ‘독한 사람(담배를 끊는 사람을 비유해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유머)’들이 더 늘어날 것은 자명합니다.

당분간 담배 회사들의 담뱃값 전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입니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