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치를 떨게 한 ‘슈퍼 갑질’만 모았다… ‘갑질민국 5대 사건’

기사승인 2015-01-08 06:00:57
- + 인쇄
[친절한 쿡기자] 치를 떨게 한 ‘슈퍼 갑질’만 모았다… ‘갑질민국 5대 사건’

‘갑질’ ‘갑의 횡포’ ‘슈퍼갑’ 등 2년 전부터 ‘갑(甲)’이란 단어가 인터넷에 자주 오르고 있습니다. ‘갑질’이란 갑을관계에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적 약자에게 행하는 비상식적이거나 부당한 행위를 통칭하는 말이죠.

갑질은 지금도 우리 주위 도처에서 누군가에게 가해지고 있습니다. 지위가 높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왕’이라는 미명하에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이번에 터져 나온 ‘백화점 모녀’ 사건도 이러한 사회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죠.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굵직한 ‘갑질 사건’을 5건을 꼽아봤습니다. 그 갑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라면 상무 사건 = ‘갑의 횡포’ 논란을 공론화시킨 첫 번째 사건은 2013년 4월 일어난 ‘라면 상무’ 사건입니다.

당시 포스코에너지에 다니던 A상무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출장을 가던 중 기내식 서비스에 불만을 표했습니다. “밥이 설었다”며 라면을 끓여오게 하고 라면을 가져오면 “덜 익었다” “너무 짜다”며 계속 퇴짜를 놓았습니다. 결국에는 “너 왜 라면 안줘? 나 무시해?”라고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잡지책으로 승무원의 눈두덩을 때렸습니다. 승무원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한 뒤 현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A상무는 LA공항에서 입국을 못하고 그대로 귀국했습니다.

포스코에너지는 파문이 걷잡을 없이 커지자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임원을 보직 해임했습니다.

남양유업 사태 =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 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이 됐습니다. 이른바 ‘조폭우유 사건’입니다.

당시 남양유업 영업사원은 대리점주에게 “물건 못받는다고? 그딴 소리하지 말고 알아서 해. 죽여버린다. 진짜. 씨X 그럼 빨리 넘기던가. 씨X 잔인하게 해줄게 내가. 핸드폰 꺼져 있거나 하면 알아서 해. 망해라고요 XXXX아”라고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남양유업 사태는 ‘갑의 횡포’ 논란을 주요 사회 의제로 올려놓는 계기가 됩니다. 이후 밀어내기식 강매 등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남양유업은 나쁜 기업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사과문에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임직원들의 인성교육시스템을 재편하고 대리점 관련 영업환경 전반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철저하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폭언을 한 직원은 사표를 내고 퇴사했네요.

남양유업은 지금까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논란이 불거진 당해의 남양유업 영업손실은 174억5000만원으로 2012년 영업이익 637억3000만원과 대비해 큰 폭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윤창중 성추행(윤그랩) 사건 = 2013년 5월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했다가 경질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당시 피해를 당했던 대사관 인턴은 윤창중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듯 만졌다’(grab)”고 진술했죠. 이후 인터넷에서 ‘윤그랩’으로 불리게 된 윤창중은 각종 패러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조롱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뻔 하기도 했습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신속한 사법처리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나, 2년이 다되도록 수사 및 처벌에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을 맡은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청과 연방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미국 당국이 국제법상 면책특권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땅콩 리턴’ 사건 =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KE086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향하던 중 승무원이 땅콩 등 견과류를 그릇에 담아 내오지 않고 봉지 째 내오자 승무원과 책임 승무원인 사무장에게 폭언했습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분에 못 이겨 사무장에게 “내려”라고 말해 ‘램프 리턴’을 하게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대한항공은 ‘땅콩 리턴’ 사태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 승무원들의 휴대전화 메신저를 검열하는 등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외부에서 문의가 올 경우 ‘이번 사태가 해당 사무장의 자질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답하라’는 메시지를 일괄적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의 항공기항로변경 혐의 등을 적용해 7일 구속 기소했습니다. 또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컴퓨터 교체와 기록 삭제 등 증거인멸을 주도하고 관련 승무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아무개 상무를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대한항공 출신으로 강제 회항 사건 조사 내용을 여 상무에게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구속된 국토교통부 김아무개 조사관도 함께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을 불러 지난 5일 뉴욕발 대한항공 KE086편에서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하고 승무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입니다.

백화점 모녀 사건 = 최근 경기도 부천 현대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리는 등 행패를 부린 모녀의 ‘갑질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체어맨 승용차가 차량 2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에 정차하자 해당 주차요원이 차량을 이동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뒤에서 주먹질을 했고, 차 안에서 이를 본 여성이 화를 냈습니다. 또 때 마침 쇼핑을 마치고 온 딸이 나타나 주차요원을 불러 무릎을 꿇게 하고 욕설을 했습니다. 주차요원은 ‘잘못했다’고 빌었고, 화가 풀리지 않는 모녀는 다른 3명의 주차요원도 함께 무릎을 꿇도록 했습니다.

치욕을 당한 주차요원은 주차협력업체에 “잘못했다”고 사과한 뒤 사표를 내고 일을 그만뒀다고 하네요.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6일 현대백화점 중동점 아르바이트 주차요원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 주차요원은 연락이 닿지 않아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조사에서 주차요원들은 “모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모녀를 처벌해 달라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모녀는 폭행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주차요원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다음 주쯤 모녀 중 어머니를 먼저 소환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