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단순 노화과정 아니다… 증상 참지 말고 적극 치료 나서야

기사승인 2015-01-05 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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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단순 노화과정 아니다… 증상 참지 말고 적극 치료 나서야

주부 김모(50)씨는 최근 자주 밤잠을 설치곤 한다. 잠들었다가도 이상한 기분에 깨면 이불이 땀에 흥건히 젖어 있고 가슴이 두근거려 좀처럼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람들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을까 싶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달아오르는 얼굴에 외출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도 꺼리게 된다. 친정엄마는 폐경이 온 것 같다며 조금만 참고 넘기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고 위기감이 느껴진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여성들은 급격한 신체 변화를 맞게 된다. 40세 전후부터 진행된 여성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인해 보통 50세 전후에 폐경을 맞으면서 겪는 증상들이다. 이 시기의 호르몬 변화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50대 이후의 삶의 질도 달라진다.

◇4050 여성의 여성호르몬 감소, 대대적인 변화 일으키는 ‘제2의 사춘기’ 진입=폐경은 난소의 노화로 인해 배란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아 월경이 완전히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40세 이상 여성에게 특별한 원인이 없이 1년 동안 월경이 없으면 폐경을 의심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월경주기를 조절하는 기능 외에도 뼈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혈관이나 피부의 탄력이나 기억력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폐경이 가까워오면 이러한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감소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폐경이 가까워지면서 초기에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안면홍조, 발한, 가슴 두근거림 등이 있다. 특히 안면홍조는 약 70%의 여성들이 경험한다고 할 만큼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또 비뇨생식기에는 질 건조 및 위축, 배뇨곤란, 요실금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며 성교 중 통증을 겪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근육이 줄고 피하지방이 늘어나며 피부도 점점 얇아지고 모발도 감소한다.

중년 여성들이 고통을 토로하는 편두통 역시 호르몬 변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편두통으로 인한 여성 진료 인원은 남성의 약 3배에 달했으며 특히 50대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은 3.35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호르몬 수치가 불안정해져서 월경 1∼2주 전에 편두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폐경 여성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신체적 변화와 가정, 사회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 변화다. 신체적 변화에 따라 실망감이나 상실감을 느끼고 사람에 따라서는 우울, 불안, 고독, 신경과민, 공격성 등의 정신적 증상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몸에서 보내는 각종 신호 무시하면 체내 ‘도미노 현상’ 일으켜=신체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은 폐경이 여성의 건강에 있어 가장 극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폐경 여성은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여성의 골량은 폐경 후 5년 이내에 가장 급격하게 감소해 폐경 이후 약 7∼8년이 지나면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폐경이 오기 전부터 미리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또한 폐경 여성에서 고혈압 발생 빈도가 높으며, 폐경이 된 지 10년이 지나면 심혈관 질환 발생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은 혈관 보호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폐경 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2배 낮지만 폐경 후에는 에스트로겐의 보호 역할이 사라져 감에 따라 심혈관 질환 유병률의 차이는 줄어들게 된다.

◇이제는 100세 시대! 폐경의 위기감을 기회로 바꾸는 건강관리법=폐경 전후에는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각종 질병 발생의 위험이 수반되는 만큼, 조기부터 관리하고 치료해야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최훈 상계백병원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는 “아직도 한국 여성의 대다수가 폐경을 두고 단순한 노화 과정이라고 생각해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좋은 치료법이 있는데 폐경 증상을 무턱대고 참거나 주변의 말에만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폐경 전후의 관리가 폐경 이후의 삶의 질과 건강 유지에 영향을 끼치므로 적극적으로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폐경 여성들이 막연히 호르몬 치료를 기피하는 원인에는 체중 증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호르몬 치료제의 성분은 각기 다르다. 특히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성분이 들어있는 호르몬 치료제는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체내 수분 저류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체중 증가를 줄여주며 고혈압이 있는 폐경 여성에서 혈압을 낮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