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후 찾아온 ‘중이염’…“방치하지 마세요”

기사승인 2014-10-15 1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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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후 찾아온 ‘중이염’…“방치하지 마세요”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최근 감기 이후 찾아오는 ‘중이염’을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과 유아들의 경우 ‘단순히 감기쯤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엔 후유증이 심각하다면서, 중이염은 방치되면 청력손실까지 불러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중이염 방치 시 청력장애는 물론 언어 및 지능발달 영향 미쳐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이염 환자는 2006년부터 연평균 3.3%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과 연관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호흡기 질환에만 연관성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던 담배연기, 미세먼지 등이 중이염과도 연결돼 유아들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중이염은 귀의 중이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아이들의 경우 주로 감기를 치료하는 도중에 잘 생긴다. 귀와 코는 유스타키오관이라고 하는 이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이관을 통해 코로 흡입된 여러 가지 잡균들이 귀로 들어갈 수 있다.

환절기에 어린 아이들이 중이염에 잘 걸리는 것은 감기에 걸린 아이들이 코를 세게 풀거나 들이마시면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타고 콧물 세균이 중이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대부분 중이염을 아이들 성장기에 한번쯤 걸리는 흔한 질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중이염을 반복적으로 앓거나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만성 중이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청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언어습득이나 지적발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성 중이염, 고열과 이통 호소=급성 중이염은 38℃ 이상의 고열과 함께 귀가 아프고 귀에서 액체나 고름이 나오는 증상이 있다. 특히 아직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영아의 경우 고열과 함께 자꾸 울고 보채는 경우가 많다. 자다가 깨서 자지러지듯이 울기도 한다. 아기들이 분유나 젖을 먹을 때 귀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조금 먹다가 보채고 울면서 안 먹으려 하는 경향도 있다. 급성 중이염 환자의 10~20% 정도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발전해 고막변성이나 청력장애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삼출성 중이염, 주의 깊은 관찰 필요=고막 안쪽에 염증성 액체가 차는 삼출성 중이염은 통증이나 발열 등의 증상이 없어 병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소아의 경우 대개는 급성 중이염을 앓고 난 후 중이와 인두를 연결하고 있는 이관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서 삼출성 중이염이 나타난다.

박홍준 원장은 “소아들이
말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고 화를 잘 내고 자주 운다거나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든가 목소리가 유난히 클 경우, 또한 TV 시청 시 볼륨을 크게 높이는 등의 행동이 있으면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난청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 증상에 따라 수술이 고려될 수 있다. 고막에 튜브를 삽입하는 시술로 유소아의 경우 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기도 한다.

▲중이염으로 인한 청력저하, 언어-지적발달에도 영향 미쳐=중이염이 자주 재발하면 고막이 얇아지고 천공이 영구적으로 남아 만성 중이염이 될 수도 있다. 만성 중이염은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심한 경우에는 청력손실, 어지럼증, 안면마비 등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염증이 머리 안쪽으로 퍼져 뇌수막염 같은 무서운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중이염을 자주 앓는다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청력의 이상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소아의 삼출성 중이염은 표현 언어 및 읽기 능력 발달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데 언어 및 지적발달, 인간관계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언어습득은 청력이 정상이어야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성장 및 학업능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적으로 감기 예방이 필수=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한 식습관 및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특히 환절기에는 따뜻한 물을 충분히 섭취해 호흡기 계통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더욱이 귀에 물이 들어갔거나 간지럽다고 면봉을 이용하면 외이도 안에 상처가 나 또 다른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귀 안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감기 및 중이염에 걸렸을 때 귓속 압력이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한다. 아이가 코를 풀 때 한쪽씩 번갈아 가면서 풀도록 부모가 지도해준다. 스스로 코를 풀 수 없는 어린아이는 생리식염수나 끓여서 식힌 물을 콧속에 떨어뜨려 코가 묽어지게 한 후 빼준다. 약간 높은 베개를 베면 호흡이 편안해지고 통증도 줄어든다.

영아의 경우에는 모유수유가 중이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우유병을 빨면 이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돼 중이염에 더 잘 걸리는 경향이 있으니 돌 때까지만 우유병을 쓰는 것이 좋다. 또한 공갈젖꼭지 사용도 자제한다. 분유나 우유를 먹일 때 눕혀서 먹이면 중이로 분유가 들어갈 수 있어 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반쯤 앉은 자세로 먹이거나 안고 먹이는 것이 좋다.

유소아의 중이염은 감기 후 발생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개인위생을 청결히 하는 게 좋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단체생활로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는 만큼 집에 돌아온 뒤에는 반드시 얼굴과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박홍준 원장은 “중이염 치료 시 약을 먹으면 증상이 겉으로 보아 금방 좋아질 수 있어서 부모의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하기 쉽지만 중이내의 삼출액이 남아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일정기간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찰을 필요로 한다”며 “중이염을 자주 앓는다면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