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전으로 돌아간 마라톤… 한국 육상 ‘노 골드’ 수모

기사승인 2014-10-03 15: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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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전으로 돌아간 마라톤… 한국 육상 ‘노 골드’ 수모

‘42년 전으로 돌아간 마라톤’

한국 마라톤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참패를 당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척박한 토양에서 황영조·이봉주 등 스타급 선수를 배출해 한국 육상의 한줄기 빛이 돼 주었던 마라톤마저 순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심종섭(23·한국전력)은 3일 열린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아시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0위에 그쳤다. 42.195㎞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23분11초를 기록해 완주한 14명의 선수 중 10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기록은 1964년 김연범이 당시 전국체전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2분23초56초보다 불과 45초 빠른 기록이다.


노시완(22·건국대)은 선두권에서 달리다 17㎞지점에서 발이 꼬이면서 넘어지는 불운을 겪어 2시간31분29초로 13위에 그쳤다. 15㎞까지 47분3초로 1위를 달렸던 노시완은 완전히 페이스를 잃고 하위권으로 처졌다. 노시완의 기록은 무려 78년 전이었던 1936 베를린올림픽 당시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세계를 제패했던 손기정의 기록(2시간29분19초)에도 한참 못 미친다. 여자 마라톤에서도 김성은(25·삼성전자)과 최보라(23·경주시청)가 각각 8위와 12위에 그쳤다.


한국 마라톤은 최근 대한육상경기연맹과 후원업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부실하면서 성장세가 멈췄다. 이에 따라 유망주들도 급감한 상황이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였던 지영준은 은퇴했고, 심종섭과 노시완의 성장 속도는 더디다. 실제 심종섭은 2010년 다소 늦게 마라톤에 입문해 고군분투했지만 경험 부족을 실감하며 대회를 마쳤다. 한국 육상의 문제점은 마라톤 뿐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수확한 한국 육상 선수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모든 스포츠의 기초가 되는 육상이지만 비인기 종목이라는 무관심과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육상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를 얻고 대회를 마감했다. 1978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36년 만에 안방에서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그래도 의미있는 기록은 쏟아져 위안이 되고 있다. 김병준(23·포항시청)은 지난달 30일 남자 110m 허들 결승에서 13초43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남자 허들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냈다.


박세정(30·안양시청), 박봉고(23·구미시청), 성혁제(24·인천시청), 여호수아(27·인천시청)로 구성된 남자 1600m 계주팀은 지난 2일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따냈다. 특히 여호수아는 당시 남자 400m 계주를 뛴 후 불과 35분 만에 1600m 계주에 연달아 출전해 화제가 됐다. 특히 마지막 레이스에서 3위로 달리다 마지막에 몸통 들이밀기로 사진 판독 끝에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를 따라잡아 그의 이름처럼 ‘여호수아의 기적’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