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진, 면역억제제 사용시 백혈구감소 부작용 예방법 첫 발견

기사승인 2014-08-11 03:30:55
- + 인쇄
서울아산병원 연구진, 면역억제제 사용시 백혈구감소 부작용 예방법  첫 발견

면역억제제는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이식편대숙주반응)을 억제하는데 필수 약물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 또는 필요이상 많이 사용할 경우 면역기능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백혈구감소증이라는 무서운 부작용이 발생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의료진이 이 백혈구감소증을 유발하는 특이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에 따라 면역억제제를 좀 더 자유롭게,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희귀 면역질환자, 장기이식 환자 등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이 치료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면역억제제 사용시 과민반응을 보이는 특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면 약의 용량을 조절함으로써 부작용 위험을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염증성장질환센터 양석균(사진) 교수팀이 울산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송규영(사진) 교수팀과 함께 면역억제제 ‘티오퓨린’를 사용하는 크론병 환자 978명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NUDT15 유전자’가 면역억제제 사용 시 백혈구감소증을 유발하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NUDT15 유전자’가 정상인 경우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 유전자 1쌍에 모두에 변이(變異)가 생긴 경우에는 어김없이 백혈구감소증와 전신 탈모 등의 부작용을 나타냈다.


연구결과는 과학잡지 ‘네이처 제네틱스’ 11일자 최신호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면역억제제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루프스와 같은 류마티스 질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등의 혈액질환 등 다양한 면역 관련 질환에서 핵심 치료제로 사용된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면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면역력이 너무 떨어지는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나는데, 패혈증 등의 심각한 감염이 발생되고 때로는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무서운 부작용이다.

같은 면역억제제를 쓰더라도 서양인에서는 5% 이내에서만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나지만, 국내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30~40%의 환자한테서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나 면역억제제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에는 면역억제제 사용 시 나타나는 백혈구 감소가 ‘TPMT 유전자’ 변이로 인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백혈구 감소 부작용이 훨씬 많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TPMT 유전자 변이가 서양인보다도 적어 많은 연구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양석균?송규영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체 978명의 환자 중 ‘NUDT15 유전자’ 한 쌍 모두 변이가 있는 환자는 1.4%에 해당했으며 한 쌍 중 1개에만 변이가 있는 경우는 18%, 변이가 없는 경우는 80.6%로 나타났다.


‘NUDT15 유전자’ 1쌍 모두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 100%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났고, 유전자 변이를 한 쌍 중 1개만 갖고 있는 경우에는 75.6%, 변이가 없는 경우에는 25.3%만이 백혈구 감소가 나타났다.


특히 면역억제제 사용 8주 이내의 백혈구 감소증은 한 쌍 모두 변이에서는 100%, 한 쌍 중 1개만 변이인 경우에서는 25.6%, 변이가 없는 경우에는 0.9%에서만 나타나 유전자 변이 여부에 따라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한 쌍 모두 변이에서는 매우 심한 백혈구 감소와 전신 탈모 등의 증상이 100% 모두에서 발생되었고, 한 쌍 중 1개만 변이인 경우나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들에서는 각각 5.7%와 0.5%에서만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국 시다스 사이나이 병원과 공동으로 이루어졌는데, 서양인에서도 NUDT15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의 경우 양 교수팀의 연구와 같은 결과가 나와 NUDT15 유전자 변이가 여러 인종에 걸쳐 면억억제제가 일으키는 백혈구 감소증의 원인 유전자라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보통 국내에서는 환자들에게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때 서양에서 사용하는 용량보다 훨씬 낮은 용량을 처방해 환자들의 백혈구 감소증의 상태를 살펴가면서 치료 용량을 늘리거나 백혈구 감소증이 심하면 더 이상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전 환자들의 혈액검사를 통해 유전자를 분석해보고 NUDT15 유전자 변이가 없을 때는 처음부터 적정용량의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충분한 치료효과를 보고 한 쌍 모두 변이가 있을 때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약물치료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양석균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소화기내과)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에 앞서 NUDT15 유전자 변이 여부를 검사하면 면역억제제 사용 가능성 여부를 사전에 판별할 수 게 돼 개인 맞춤 치료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