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욱일기, 월드컵 사상 첫 공인되나… FIFA 제재는커녕 버젓이 판매

기사승인 2014-03-11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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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스포츠] 국제축구연맹(FIFA)이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형상화한 일본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공공연하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대표팀이 3개월여 뒤 개막하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이 유니폼을 입고 출전할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상징물이 국제대회 그라운드에서 공인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11일 FIFA 공식 홈페이지의 유니폼 쇼핑몰(store.fifa.com)에는 월드컵 본선 출전 32개국 가운데 하나인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이 판매되고 있다.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가 제작하고 일본축구협회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이 유니폼은 일본 대표팀의 팀컬러인 파란 상의와 흰 하의로 구성됐다. 문제는 왼쪽 가슴의 협회 문장을 중심으로 선이 뻗어 전체를 감싸는 유니폼 상의 디자인에 있다. 선은 붉은 색이 아닌 흰 색이지만 욱일기를 연상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욱일기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이 사용한 전범기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이 군국주의와 침략의 상징이다. 아디다스 측은 문제의 유니폼을 공개하면서 “대표팀의 엔진인 선수들이 각각의 포지션으로 힘차게 퍼지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지만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협회 차원의 항의나 대응이 없었고, 하켄크로이츠보다 욱일기에 관대한 유럽과 미주의 방관이 계속되면서 이 유니폼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방치됐다. 일본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16일 벨기에 겡크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친선경기를 시작으로 4개월여 동안 이 유니폼을 입었다.

FIFA는 정치와 종교, 민족, 인종 등을 선전하는 행동과 구호, 문구, 상징물을 모두 금지한다. 특히 하켄크로이츠 플래카드를 내거는 관중이나 그라운드에서 나치식으로 거수하는 선수는 더 중한 징계를 받는다. 반면 욱일기를 형상화한 일본 대표팀 유니폼에 대해서는 규제는커녕 판매를 권장하며 사실상 허용했다. 일본 대표팀이 오는 6월 13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개막까지 유니폼 디자인을 수정하지 않으면 이 대회 본선에서는 처음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상징물이 인정을 받는다.

문제의 유니폼은 FIFA 공식 홈페이지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89달러99센트(약 9만6000원)만 지불
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FIFA는 상품 소개에서 “떠오르는 태양에서 뻗어나가는 빛(A rising sun ray)”이라며 유니폼 디자인의 욱일기 형상화를 인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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