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인정됐지만…피해자,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01-28 06: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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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제대로 된 직권조사 결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서울시는 26일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시는 “이번 사건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반성과 성찰의 자세로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피해 직원과 가족들, 큰 심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시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인 25일 발표된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보고에 따른 사과다. 인권위는 이날 박 전 시장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 발생 후 박 전 시장을 옹호하기 급급했던 여당도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받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과와 함께 이에 대한 ‘책임’은 표명되지 않았다. 직을 내려놓는 대신 사과문만 발표됐다. 시나 당 차원의 징계 절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 의원에게 피소 정황을 알린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만이 대표직에서 해임됐다. 그는 정부와 공공기관 위촉직 등에서도 모두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 연합뉴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2차 가해 중단’도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비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피해자를 향해 “피해자답지 않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도 존재한다. SNS 등에서는 피해자를 공격하는 주장들이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다. 

박 전 시장 측근들도 성희롱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피조사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수사권이 없는 인권위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한 친문성향의 단체는 피해자를 박 전 시장에 대한 무고 및 살인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제대로 된 직권조사 결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박태현 기자
피해자 지원단체와 변호인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에 대한 인정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대리해온 서혜진 변호사는 “명확하게 모든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피해자에 대한 공격·비난을 지속하는 것은 진영과 이념논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피해자는 2차 가해를 이미 너무 많이 겪었다”고 전했다. 그는 “2차 가해 또한 크나큰 범죄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에서도 2차 가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일부 지지자들이 계속해서 사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일상을 회복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사실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피해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이야기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