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우리 다시, 인문학

/ 기사승인 : 2021-01-27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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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유니프레스] 강석찬 숭대시보 편집장 = 과학기술은 유례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에서 “현재 인류는 지금까지 아무도 미리 내다보지 못할 정도의 빠른 기술혁신에 따른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시 말해 혁명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들어서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을 온택트(On-tact)시켰고, 그 범위는 이웃에서 전 세계로 확장됐다. 그렇게 우리는 점차 외로울 겨를이 없어졌다. 아니, 외로울 겨를이 없어야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온라인으로 만나면서도 외로워했다.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클릭 한 번이면 친구들이 나타나는데 누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겠는가?”라며 온택트 된 삶에서 고독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지적은 지금 우리가 느끼듯 무참히 깨졌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국민 중 외로워하는 사람의 비중은 2019년 20.5%로 상승세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1천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방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돼있지만, 단절됐다고 느끼며 외로워하는 중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외로움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따라서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휴먼터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휴먼 터치의 필요성’을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일상이 AI와 사물인터넷으로 둘러싸여 있어도 결국 채워지지 못하는 마지막 손길은 인간에게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영국 총리는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 및 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전담 장관’과 겸직 시켜 현대사회의 외로움과 고독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인문학은 일찌감치 휴먼터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인의 얼굴을 바라볼 때, 주체는 내면의 세계에서 외부세계로 초월한다”고 했다. 따라서 개인은 사람들의 얼굴 마주할 때 수많은 세계를 초월해 경험할 수 있다. 이렇듯 인문학은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타인의 세상을 알아가는 학문이다. 2019년 KT는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사랑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얼굴을 보지 못해 외로운 현대인들이 사람들의 얼굴을 찾아 나섰던 증거이자, 인문학이 필요했었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인문학의 필요성은 나날이 증가할 것이다. 지난달 23일(수) 출시된 AI 챗봇 ‘이루다’는 사람들의 카카오톡 대화를 학습해 성 소수자와 장애인에게 “질 떨어져 소름 끼친다”는 등의 차별적인 발언을 내뱉고 3주 만에 홀연히 사라졌다. 얼굴 없는 단어가 다시 얼굴에 돌아온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단순히 생활의 편의와 유희를 위해 끊임없이 발달하는 기술이 놓치는 진짜 사람의 민낯은 이렇게 드러났으며, 앞으로는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말처럼 과학기술은 사람들을 더 쉽게 떨어뜨려 놓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인문학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인문학의 금의환향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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