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핀셋, 방역은 보편?… ‘밤 9시 영업제한’, 정부 vs 야당 격돌

김은빈 / 기사승인 : 2021-01-23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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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0시까지 연장”… 당내·정부서 부정적 기류 강해 ‘지지부진’
국민의힘 “거리두기 지침, 불합리… 지속가능한 방역대책 내놓겠다”
정의당, 시간 관련 방역조치 논의 없어… “과도한 정쟁” 우려만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음식점‧호프 비상대책위원회의 ‘생존권보장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방역당국의 ‘밤 9시 영업제한’ 조치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김은빈 인턴기자 = 정부 방역조치의 일환인 ‘밤 9시 영업제한’의 실효성을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괄 방역이 옳으냐, 핀셋 방역이 옳으냐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다.

정부는 일괄방역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여파에는 ‘핀셋’ 지원을 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실제 정부는 2‧3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원했다. 보편적 지원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대통령까지 나서며 저지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대해 아직은 논의가 이르다면서도 “피해가 지속된다면 4차 재난지원금도 당연히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더욱 더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지원의 형태가 맞다”며 핀셋 지원에 무게를 두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방역 차원에서는 보다 보편적‧일괄적 적용에 힘을 싣는다. 지나치게 보편과 일괄을 적용하다보니 일부에선 영업금지 혹은 제한 업종 간의 특성조차 반영되지 못해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영업제한이 일부 완화됐다지만 여전히 카페‧식당‧술집‧노래방 등 사업장은 밤 9시가 되면 일률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매일 아침·저녁 사람들로 부대끼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체온측정도 QR인증도, 탑승객 제한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입석도 없는 KTX는 창가 쪽으로 좌석의 50%만 예약을 받고 있다. 극장도 예외는 아니다. 저녁 7시에 문을 여는 주점은 2시간을 영업하고 문을 닫아야하고, 심야시간에 운영하는 클럽 등은 문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피해를 본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표들은 22일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찾아 영업시간 확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반복된 집합금지 및 제한명령으로 엄청난 매출과 소득감소에 시달리면서 당국의 일방적인 방역지침, 제대로 된 손실보상 규정의 미비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정부정책을 성토했다.

또 각 업종별 특성과 현실에 맞는 기술적 방역조치를 요구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는 현행 오전 5시~오후 9시로 제한된 영업시간을 오전 11시~자정으로 변경해달라고 호소했다. 헬스장‧볼링장 등 실내체육시설 업종도 밤 9시 이후 영업허용을 피력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일 이태원을 방문해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수 강원래 씨를 비롯한 지역상인들과 상권을 거닐며 어려운 현실을 점검했다. 사진=연합뉴스

야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들도 힘을 보탰다. 화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던졌다. 안 대표는 “코로나19가 무슨 야행성 동물인가.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률적 영업규제를 지금 당장 철폐하라”고 비난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PC방 등 밤 9시 영업제한, 업종에 맞춰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핀셋’ 방역의 필요성을 제기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무총리까지 나서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선거에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을 직접 저격했다.

이어 “밤 9시 이후는 식사 후 2차 활동이 급증하는 시간대로 만남과 접촉 기회가 늘고 이동량도 동시에 증가하는 시간대다. 지난연말 하루 1000명이 넘던 확진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도 밤 9시 이후 영업제한과 5인 이상 모임금지 효과가 컸다는 게 대다수 방역전문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요구에 민주당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준호 민주당 국난극복 K-뉴딜 특별위원회 방역본부 대변인은 “지난주 국난극복본부에서 10시까지 연장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보건복지부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지만, 의견 전달이 전부였다. 당내 여론도, 추가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도 별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제안한 영업금지 ‘1시간 연장’조차 방역당국의 부정적 견해에 막혀 진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지금의 방역 수준이 치료제와 백신이 나올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이 관계자에 의하면 당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그는 “저녁 9시는 너무하다는 요청에 대해 공감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풀었을 때 벌어졌던 일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신규 확진자 수가) 일정수준 이하로 내려가고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것이 의견”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 회의를 갖고 정부 방역대책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을 모두 강하게 비판했다. 의사이기도 한 신상진 국민의힘 코로나19대책특위 위원장은 “(정 총리의 설명은) 순 엉터리다. 그 말 대로면 9시가 아니라 8시로 영업제한을 하면 방역이 더 잘 되는 게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례로 9시면 문을 닫는 헬스장에 가기 위해 직장인들이 더 몰리고, 결국 밀집도가 더 높아진다. 만약 11시까지 늘리면 분산이 돼서 더 안전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방역당국의 거리두기에 대해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영업시간, 모임 인원수 제한 등은 행정편의적인 조치 아닌가. 국민들이 설득될 수 있게 진정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준과 원칙이 없는 주먹구구식 사회적 거리두기로 남은 빚과 절망, 극도의 피로감을 떨치고 희망을 볼 수 있는 사업종별·시간대별 형평과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조정안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1월 말 방역조치 조정안이 나오기 전까지 국민의힘 코로나19대책특위에서 정부에 대안책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영업제한을 9시에서 10시로 늘리는 것과 같은 단편적인 차원의 대안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지속가능한 방역을 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한편 정의당은 시간과 관련된 방역조치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그런 조치를 내렸고, 차츰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조만간 완화조치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일단은 철저한 방역조치가 있어야 서둘러 영업제한 조치가 완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덧붙여 “코로나와 관련된 영업제한 시간이 정치권에서 과도한 정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특히 지방선거 출마한 후보들이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오히려 정부의 영업제한조치에 따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손실보상법’의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