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 꿈꾸며” 유빙 사이로 숭어잡이 한창

곽경근 / 기사승인 : 2021-01-24 05: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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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날씨 속, 유빙 사이로 그물 내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철책 넘어 유빙이 떠다니는 겨울 포구에 동이 트면 하나 둘 어부들이 모여든다.
풍부한 영양과 찰진 식감으로 겨울 생선의 으뜸으로 불리는 숭어잡이에 나선 어부들이다. 평균 60대 중반의 老어부들은 평생을 이곳에서 그물질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한강하구 전류리는 바닷물과 민물의 교차지역이어서 웅어, 숭어, 참게 등 다양한 어종이 사시사철 올라와 도시민의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 김포 전류리 포구 겨울 숭어잡이 시작
- 민물과 바닷물 교차지역, 다양한 어종 선보여
- 도시에서 흘러들어온 염화칼슘과 물때 안 맞아 대부분 빈 그물
22일 이른 아침, 전류리 포구에 어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썰물과 함께 유빙이 바다로 향하자 숭어잡이를 위해 어선들이 포크레인을 이용해 강으로 내려지고 있다. 포구에는 강가로 몰려온 유빙이 산처럼 쌓여 굴삭기의 도움 없이는 배들이 강으로 향할 수 없다.

[쿠키뉴스] 김포· 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 밤새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가 그친 22일 아침 06시 30분,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포구에서 바라본 한강은 물안개가 자욱하다. 도시인들이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시간,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전류리 포구에 어부들이 개인차로 하나 둘 모여 든다. 오늘 조업에 나갈 어부들이 모이자 배 내리는 순서를 정하기 위해 제비뽑기를 시작한다. 북극한파로 한강 하구를 가득 채웠던 얼음이 녹으며 조업이 가능해지자 전류리 포구는 활기로 가득하다.
굴삭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강아래로 내려온 배들이 숭어잡이에 나서고 있다.

출어 준비에 분주한 전류리 선단장 김대선(68) 선장은 "어제(21일) 올 겨울 들어 첫 조업을 시작했는데 한 50kg 정도 잡았다”며 “전류리에는 새우잡이 배 4척을 포함해 모두 26척의 어선이 조업하고 있다. 오늘은 숭어잡이 어선 9척이 출어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출어준비에 분주한 전류리 포구

모처럼 포근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 전류리 포구는 진흙뻘에다가 강과 바다에서 밀려온 유빙(遊氷)들로 가득하다. 갯벌 위 얼음에 갇힌 고깃배들을 강으로 밀어 내리느라 굴삭기 기사와 선장들은 초긴장이다. 잘못하면 배가 파손되거나 큰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과 30여분 만에 9척의 배들은 무사히 포구를 벗어나 힘차게 강으로 향했다.
한강하구 전류리의 겨울은 유빙이 뱃전을 스쳐 지나가고, 고깃배들이 빙하 사이를 떠다니는 듯 이국적 풍경이 펼쳐진다.

전류리 포구는 해병대가 관할하는 비무장지대로 포구 입구에 통문이 설치되었다. 통문 옆에 부착된 인터폰을 통해 군부대에 사전 승인된 조업자들이 신분을 밝히면 이중으로 된 통문이 열린다. 서울에서 한 시간도 채 안되는 거리지만 남북분단의 현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현장이다.
한강 최서북단 전류리포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하루 두 번 교차하며 뒤섞이는 기수역으로 사철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
서해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한강 하류, 허가 없이는 배도 띄울 수 없는 민통선 안쪽 한강의 최북단이다. 1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유빙 사이로 제철 맞은 숭어잡이가 한창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전류리포구 어민들의 삶도 바꾸어 놓았다.
출어 순서를 기다리던 우정호 선원 심미섭(51)씨는 “작년 초까지 어판장에서 회센터를 운영했었는데 코로나로 손님도 끊어지고 문을 닫게 되자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어부의 길로 들어섰다”며 “오늘은 ‘조금’이어서 물때가 맞지 않는다. 고기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초보 어부는 말했다.
“바닥에 고기가 하나도 없네요. 겨우 한 마리 잡고 포기했어요” 막 조업을 마치고 올라온 조선녀(사진·54) 씨가 갓잡은 숭어를 보여주며 말한다. 그는 “일주일 전에만 해도 고기가 참 많았는데 그 때는 얼음이 벌어지지 않아 조업을 할 수 없었다. 오늘은 날씨가 풀려 일하기는 좋았지만 숭어는 적당히 추워야 잘 잡힌다.” 고 말했다.

전류리 앞강에서는 봄이면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다는 웅어와 황복, 봄새우가 그물에 가득하고 여름에는 자연산 농어와 장어가 수족관을 채운다. 가을에는 참게, 김장새우가 나오고 겨울에는 참숭어가 잡힌다. 어부 김만호 씨는 “숭어는 지금이 최고다. 영양분을 한참 비축해 육질이 찰지고, 단맛이 난다.”며 “예전에는 이 작은 배에 1톤씩 잡기도 했다. 그때는 숭어 잡이만 해도 대기업 연봉이상 나왔는데 환경변화의 영향인지 이제는 그렇게 나오질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빈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는 어부들

이곳의 어부들은 김포대교 아래서부터 전류리 어로한계선까지 14km 구간을 오가며 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간다.
숭어잡이 배들이 유빙을 피해 강 한가운데를 오가며 부지런히 그물을 내리고 올리는 모습을 포구에서 망원렌즈로 열심히 관찰했다. 혹이라도 그물에 줄지어 올라오는 숭어를 기대하며 무거운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아쉽게도 빈 그물의 연속이다.
차가운 강바람과 유빙 사이로 그물질을 하다보면 금새 몸이 꽁꽁언다. 어부들은 배에서 소금물을 끓여 틈틈히 손과 발을 녹여가며 조업한다.

“숭어가 영 올라오질 않네.” 조업을 시작한지 한 시간 남짓 포구로 돌아 온 어부들은 입을 모았다. “연초 수도권에 큰 눈이 내리고 제설작업을 위해 대량 살포된 염화칼슘이 한강에 흘러들면서 숭어들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한 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6일~13일 폭설 당시에는 1만 9190톤(40억 상당), 17일~18일에는 2천톤의 제설제를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 중상류에 거주하는 도시민의 안전을 위함이 한강 하구 어민들에게는 소득감소와 함께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조업을 마치 어선이 굴삭기의 도움을 받아 사람 키보다 두배 이상 높은 얼음 산을 지나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4대강 중 한강하구는 둑으로 막혀있지 않은 유일한 자연하구이다. 바다와 이어지는 끝부분은 기수역(汽水域)으로 생태계의 보고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도시민들이 함께 지키고 가꿔나가야 하는 이유다.
어부들이 조업을 마치고 포구로 돌아와 동료 선장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비록 이들은 오늘 만선을 이루지 못했지만 내일 또다시 희망의 그물을 던질 것이다.

이성우(71) 어촌계장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오늘 물고기를 못잡았으면 내일이나 모래 또 많이 잡으면 된다.”면서 “우리보다는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장사가 안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류리 회센터가 잘 돌아가고 모든 국민이 걱정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