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도망치듯 떠난 정인이 양부모…호송차 향해 눈뭉치 날아들었다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01-13 12: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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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13일 오전 11시30분 정인양 양모 장모씨를 태운 호송차가 서울남부지법을 떠나고 있다. 정진용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최은희 인턴기자 = 16개월 영아를 입양한 후 지속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정인이 사건’의 양부모에 대해 재판이 시작됐다. 정인양이 응급실에 실려와 숨진 지 93일, 양모 장모씨가 구속기소된지는 37일만 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13일 오전 10시30분 본관 306호 법정에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장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1시간 남짓 진행됐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양부 안모씨 재판도 함께 열렸다.

장씨는 이날 재판에서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와 등을 손으로 밀듯이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다”면서도 “췌장이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떨어뜨린 후 피해자를 안아 올리며 다급했지만 괜찮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웠다. 근데 돌아와보니 피해자 상태가 안 좋아 같이 병원으로 이동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인양 양부모의 학대치사 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될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진용 기자

그러나 검찰은 재판에서 장씨에 대해 주위적 공소사실죄로 살인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살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죄도 적용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무죄 판결이 날 때 다시 판단 받을 수 있는 죄목을 말한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범인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사망에 이를 만한 위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앞으로 검찰이 이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면 장씨가 받게 될 형량은 살인죄 기본 양형(징역 10~16년)에 따라 아동학대치사죄(기본 징역 4~7년, 가중 6~10년)보다 대폭 늘어나게 된다.

앞서 검찰은 법의학자 3명과 대한아동청소년과의사회에 정인이 사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 정인이를 떨어뜨렸다는 장씨의 진술 신빙성을 따지기 위해서다. 법의학자들은 ‘양모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양을 상습 폭행했다. 8월에는 유모차를 밀어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게 하고 유모차 손잡이를 강하게 밀치는 등 총 5차례에 걸쳐 정서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정인양은 이들 부부에게 입양된 지 271일 만인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정인 양은 복강 내 출혈과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 전신에 피하 출혈이 발견되는 등 장기가 손상된 상태였다. 

사진= 재판이 끝난 뒤 호송차량이 이동하려 하자 시민들이 눈을 던지며 항의하는 모습. 최은희 인턴기자

정인이 사건 관련 시민 공분이 높아지자 재판부는 본래 법정 외 별도의 법정 2곳에서 중계 방청을 하도록 했다. 남부지법이 지난 1971년 개원 이후 중계법정을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일방 방청객용 좌석 51석에 대해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 온라인으로 방청 신청을 받았다. 신청 총 인원은 813명으로 경쟁률은 15.9대 1 수준이었다.

이날 법원 앞에는 시민 80여명이 몰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은 검은 복장을 맞춰입고 ‘장씨 사형’ ‘살인죄 사형’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라고 쓰인 플랜카드를 손에 들었다. 재판 중 장씨에 살인죄가 적용됐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하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장유미(33·여)씨는 “(정인양과 비슷한) 17개월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서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3번이나 있었는데도 살리지 못했다. 정인이가 찍힌 어린이집 CCTV 영상을 봤는데 온몸에는 멍이 가득한 채 작은 손으로 빨간 장난감을 쥐고 있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사진=‘정인이 사건’의 양부 안모씨가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기일을 마치고 도망치듯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태현 기자

양부 안씨는 법원 업무 시작 전부터 취재진을 피해 법원에 미리 도착했다. 피고인 변호인 측은 전날 법원에 신변보호조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끝난 후 안씨는 도망치듯 법원을 떠났다. 오전 11시42분 법원을 나온 안씨는 모자를 깊게 눌러쓴 모습이었다. 그를 시민 십여명이 둘러싸고 욕을 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또 장씨가 탄 호송차량이 이동하자 현장은 더욱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 수십명은 호송버스 앞을 가로막고 이동을 막았다. 버스 창문을 두들기거나 눈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본네트에 올라타거나 차량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시민도 있었다.

버스가 법원 정문을 떠나자 남은 시민은 오열했다. 경찰이 설치한 안전펜스가 일부 무너지기도 했다. 

장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월17일 열릴 예정이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