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십니까] “왜 자영업자만 희생해야 하나요” 임대료·대출금 경감 청원

이소연 / 기사승인 : 2020-12-17 06:20:02
- + 인쇄

서강대 인근에 있는 연세대와 홍익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신촌 대학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주말을 앞둔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연세로 일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대출도 안 되고 집도 줄이고 가진 것 다 팔아가면서 10개월을 버텨왔습니다. 죽기 일보 직전입니다. 왜 자영업자만 희생이 이리 커야 하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부의 대책이 자영업자에게만 희생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대출원리금과 임대료, 공과금 등을 잠시 ‘정지’ 시켜달라는 청원에 15만여명이 동의했습니다.

청원인은 “코로나 규제 방향을 올 한 해 동안 보고 있으면 거의 90% 이상 자영업자만 희생시키고 있다”며 “집합금지로 생겨나는 엄청난 마이너스를 왜 자영업자에게만 책임지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청원인은 집합금지 기간 대출원리금과 임대료, 공과금 등도 같이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코로나를 버티기 위해 또는 기타 이유로 대출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며 “그 원리금을 매달 갚아야 한다. 매월 임대료, 전기세, 기타 공과금을 납부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규제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다 지고 납부해야 하는 상황은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진 3일 오후 서울 자양동 건대 맛의 거리에 학생들이 영업이 종료된 음식점과 술집 사이에서 배회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정부는 지난 8일 0시부터 오는 28일 0시까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격상했습니다. 비수도권 전 지역에서는 일괄적으로 2단계가 적용됐습니다.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유흥시설 5종(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콜라텍)과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직접판매홍보관 등에 집합금지가 내려졌습니다. PC방과 이·미용업장, 독서실·스터디카페, 영화관, 300㎡ 이상의 상점·백화점 등은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수도권에 한해 학원의 경우 3단계에 해당하는 집합금지가 적용됐습니다.  

자영업자에게는 직격탄이 됐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755조1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자영업자 중 돈을 빌린 사람은 229만600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38만2000명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 박태현 기자
폐업률도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발표된 KB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PC방과 당구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목욕탕, 유흥주점 등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개업한 점포 수 보다 폐업 점포가 더 많았습니다. PC방의 폐업률은 10% 이상으로 전해졌습니다. 노래방과 골프연습장, 당구장 등은 개업 건수보다 폐업 건수가 3~4배 높았습니다. 

실내체육시설인 헬스장 사업주들은 “오후 9시까지만이라도 운영하게 해달라”며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습니다. 학원 관계자들과 스크린골프 업계 자영업자 등도 집회를 열거나 입장문을 내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죠.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자영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매출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짊어지는 것이 공정한 일이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합제한 업종에는 임대료의 50%를 깎고 집합금지 업종에는 임대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임대인에게 담보대출 상환기한을 연장해주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다만 비판도 나옵니다.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지적입니다. 헌법에는 ‘모든 구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SNS에 “영업을 못 하는 것은 정부의 방역 탓”이라며 “정부가 책임을 져야지 왜 부동산 주인이 책임을 떠안느냐”고 질타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은 정부에서 직접 지원하는 게 맞다”며 “그 지원의 책임을 임대인에게 지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