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막자” 예산 31억 올랐지만…여전히 집행유예 받는 ‘그놈들’

이소연 / 기사승인 : 2020-12-05 0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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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등에 대해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조주빈.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사건이 공론화된 후 1년이 지났다. “절대 잡힐 일 없다”며 자신하던 범죄자들은 법정에서 수의를 입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디지털성범죄 등을 막기 위해 어떻게 변화했을까. 
 
지난 3일 여성가족부(여가부)에 따르면 오는 2021년 여가부 예산에서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해 31억원이 증액된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불법영상물 모니터링 및 24시간 상담·삭제 지원 인력이 확충된다. 예방교육 콘텐츠 개발·보급 및 지역 특화상담소도 운영할 계획이다. 

디지털성범죄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전담부서 등도 신설된다. 여가부는 2021년 디지털성범죄 대응을 위한 전담부서를 설치한다. 법무부에서도 디지털성범죄 예방을 위한 별도의 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디지털성범죄 전담조직을 구성, 피해자 지원 등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성범죄 관련 양형기준안이 새롭게 마련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청소년성보호법 11조상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양형기준을 세분화하고 기존보다 높은 형량을 적용하자고 합의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로 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29년 3개월로 늘었다. 상습범일 경우 최소 10년 6개월 이상의 형을 선고할 것이 권고됐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범죄일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는 ‘특별 감경’이 아닌 ‘일반 감경’으로 축소됐다. 이같은 양형기준안은 오는 7일 최종 의결된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조주빈 등에 대한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다만 n번방·박사방 등 디지털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죄질에 비해 ‘솜방망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지난달 25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은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조주빈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박사방 공범들은 각각 징역 7년~13년 형을 선고받았다. 고담방을 통해 성착취 영상을 4000여명에게 유포한 ‘와치맨’ 전모(38)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n번방의 또 다른 운영자였던 ‘켈리’ 신모(32)씨는 징역 1년을 확정받는 것에 그쳤다. 신씨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공론화 되기 전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인터넷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2500개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신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지난달 12일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등 성착취물 2254개를 구입한 남성 A씨(23)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달 13일 춘천지법 형사1단독 정문식 부장판사도 n번방에서 6000여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한 남성 B씨(29)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는 선고된 형을 집행하지 않고 미루는 제도다. 주로 범죄의 정도가 약하거나 개선의 여지가 있는 범죄자에게 선고한다.     

여성단체는 더욱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재판을 모니터링 해왔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김단비 활동가는 “디지털성범죄 관련 형량 자체가 여전히 너무 낮다”며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이나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이 양형 기준으로 고려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매일 같이 감경을 위해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착취물 유포·소지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내려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 공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n번방’이다. 경찰의 수사를 따돌리기 위해 1번~8번방까지 8개 대화방을 운영해 n번방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또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에서도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24), 안승진(25), 박사방 운영자 ‘박사’ 조주빈, ‘부따’ 강훈(19), ‘이기야’ 이원호(19), 남경읍(29) 등은 검거돼 재판을 받고 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