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정최고금리 인하, 통계 속 가려진 서민눈물 누가 보듬나

김동운 / 기사승인 : 2020-11-26 08: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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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이나 금융당국 사람들은 시장통을 한 번 가봐야해요. 가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대출을 어떻게 받는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금리가 어떻고가 아니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인데…”

법정최고금리가 현행 24%에서 20%로 내려가게 됐다. 최고금리 인하는 지난 2018년 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법정 최고금리를 내린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시행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로 인해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하는 ‘금융소외자’들을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연 20% 초과금리를 이용하고 있는 차주들은 239만2000여명이다. 이들 중 207만6000여명은 연 20% 이하의 금리의 제도권 금융으로 갈아탈 수 있고, 나머지 31만6000여명은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하게 될 사람들 중 3만6000여명은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측했다.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통계수치를 본다면 법정최고금리 인하는 큰 이득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230만명 중 207만명이 금리 인하로 인한 수혜를 보고, 나머지 31만6000명을 위해 금융당국에서 매년 2700억원의 추가 재원을 투입한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2금융권을 비롯한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일제히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사들이야 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라 차치하더라도 금융소비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금융소비자단체들의 반대에는 ‘통계의 함정’이란 이유가 있다.

기자가 만났던 서민금융 전문가들과 금융소비자단체들은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이자경감을 받는 ‘행복’의 총량보다 불법사금융으로 인해 고통받게 될 ‘불행’의 총량이 더 높을 것이라고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현재 연이자 24% 최대치를 적용받고 있는 신용등급 8~9등급 서민들은 법적최고금리가 내려가게 된다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데, 정부지원 대출 대상이 아닌 3만6000명이 갈 곳은 불법사금융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조사한 불법사금융의 연 금리의 추정치는 최고 120%. 앞으로 변경될 제도권 금융의 상한선인 연 20%의 6배에 달한다. 여기에 제도권 금융 내에서는 엄격히 금지되는 반복적인 전화와 문자, 야간 방문, 공포심 조성과 같은 불법채권 추심에도 노출되는 등 각종 추가적인 피해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이 제시한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될 추정치인 3만6000명도 의구심이 든다. 지난 29일 대부금융협회가 주최한 2020 소비자금융 컨퍼런스에서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내려갈 경우 최대 57만명의 금융소비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제도권 대부업체를 이용한 차주는 전년대비 43만6000여명 가량 감소했다는 통계자료를 감안한다면, 최 교수가 제시한 60만명의 추정치는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3만6000명이란 수치보다 신뢰도가 높다.

고금리로 인해 어려운 서민들의 가계를 경감하자는 ‘선한’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다수가 얻을 작은 행복의 총량보다 소수가 얻게 될 불행의 총량이 더 크다면 ‘선한’ 취지는 무색해진다. 법정최고금리를 인하를 결정한 만큼,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한 소수의 ‘큰 불행’을 가볍게 넘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