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걱정 왜 없겠나”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이소연 / 기사승인 : 2020-11-25 0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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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소속회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회사가 상의 없이 임금과 노동시간을 줄였다. 반토막 난 임금에 항의하기 위한 회사 로비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실행하지 못했다. 업무 관련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집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 인근 공터로 장소를 바꾸자 사측에서는 불법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산별 노동조합(노조) 임원에게 실사 등을 청했지만 사업장 출입이 제한돼 돕기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 노조가 존재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정부가 내놓은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조법)’이 시행될 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노동계는 노조법 정부개정안에 크게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5일 노조법 개정 저지를 위한 총파업과 투쟁에 돌입한다. 본래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집회가 예고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소규모 산발 집회로 전환됐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서울지역 의원 사무소 앞에서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선전전과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서울 지역 각 집회 인원은 9명 이하로 제한된다. 

민주노총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창궐하고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노조 밖에 있는 노동자들이었다.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은 노조로 뭉쳐 싸우는 것”이라며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노조법 정부개정안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국회를 방문해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장과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 개정 저지를 촉구했다. 오는 30일에는 청와대와 전국 고용노동청 등에서 ‘노조법 개악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조법 정부개정안에는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현 상황에서 조합원인 노동자들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법 정부개정안은 지난 6월30일 제안됐다. 정부는 제안 이유에 대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에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가능하게 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추가된 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단체 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주요 업무 관련 시설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태의 쟁의행위 금지 ▲비종사자의 사업장 내 노조 활동 제한 등도 법안에 추가·수정됐다. 양대노총은 이에 대해 ‘독소조항’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노동계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내용에 재계의 숙원사업을 끼워넣었다는 비판도 내놨다. 

단체 협약은 노동자들의 노동·임금 조건 등을 사측과 협상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계는 이를 연장하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조가 여러 개 있는 사업장의 경우, 단일 교섭 창구를 만드는 것에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단체 협약 유효기간 3년을 포함해 총 4년간 사측과 아무런 협상을 하지 못하는 사업장도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업무 관련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 점거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당한 단체행동권의 제한이라고 꼬집었다. 파업 기간 사측에서 불법적으로 대체 인력을 투입해도 노동자는 이를 감시하기 힘들어진다.

비종사자의 사업장 내 노조 활동 제한은 노조 간 연대를 어렵게 한다. 비종사자는 산업별 노조의 임원 및 조합원, 하청 및 간접 고용 노동자 등도 포함된다. 노조 간부들이 사업장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거나 함께 투쟁하는 길이 막히는 것이다.

▲18일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준비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국제노동단체인 국제노총(ITUC)도 지난달 박병석 국회의장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핵심협약에 부합하지 않는 노조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노조법 정부개정안에 대해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하고 파업권에 과도한 제약을 부여했다”면서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 임금에 대해 교섭하고 경제적 이익을 방어할 권리를 행사할 능력을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다음 달 노조법 정부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우려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는 3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노조법 정부개정안을 심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3일 환노위 전체회의와 같은 달 9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