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2030 내집마련 덫이 된 청약제도

/ 기사승인 : 2020-11-24 09: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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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제도, 청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김병관 연세춘추 기자 = “수도권에 아파트 구하려면 결혼식 올리기 전에 혼인신고부터 해야 해. 아이도 최대한 빠르게 많이 낳고”  

부동산 투자에 관심 많은 이웃집 아주머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와 내 동생에게 조언했다. 아주머니에 따르면,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결혼과 출산을 동원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됐다. 이 말이 과장되게 들리지만, 사실이다. 최소한 애 둘은 딸려있어야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 당첨률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지난 12일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청약 가점이 69점은 돼야 한다. 69점은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다. 피부양가족이 3명이면서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만 24세에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15년간 무주택으로 살아야 만 39세에 이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 아파트 청약제도가 2030을 대놓고 ‘패싱’한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아파트만이 아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을 돌파하며 높은 커트라인은 기본값이 됐다. 537.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강동구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의 당첨 최저가점은 69점이었다. 청약 경쟁률이 129대 1이었던 서울 은평구 ‘DMC 센트럴자이’ 역시 69점은 돼야 당첨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이 과열된 원인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꼽는다. 전세가가 분양가보다 높아지며 투기수요가 아파트 청약시장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신규 아파트 공급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 결과 가점이 낮은 청년들은 청약 후순위로 밀렸다.

결혼생활 5일차인 내 사촌은 “요즘 애 셋인 무주택자도 수두룩하다”며 “아파트 당첨 확률은 로또 수준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 수에 비례해 점수를 매기는 가점 산정 방식은 2030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한다. 비혼과 비출산을 택한 청년들을 청약시장에서 배제하기 때문이다. 현행 청약제도는 부양가족 수에 따라 최소 5점(0명 기준)에서 최대 35점(6명 이상 기준)의 가점을 부여한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저조한 2030의 당첨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한다’는 응답이 20대는 35.4%, 30대는 42.2%에 그쳤다. 2019년 기준 합계출산율도 0.92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30의 삶을 외면하는 청약제도는 2030 내 집 마련의 덫이 됐다. 현행 청약제도는 청년들이 비혼으로 사는 이유를 고려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비혼을 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비혼주의자 여성인 내 친구는 “여성은 남성과의 체격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며 “결혼을 하면 언제든지 폭력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성소수자인 또 다른 친구는 “한국에서 결혼은 특권”이라며 “결혼할 수 없는 나는 아파트 청약에도 당첨될 수 없다”고 했다. 이 외에도 ‘경제적으로 부담돼서’, ‘헬조선에서 아이 키우기 싫어서’, ‘혼자가 좋아서’ 등 가지각색의 이유가 있다. 청년들의 삶에 기반하지 않은 청약제도가 청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지난 8월 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2030세대는)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것보다 분양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했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으며 힘 빼지 말고, 정상 가족을 구성해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청년의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 ‘청약제도를 모르고 한 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2030의 공분이 컸다.  

정부가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청년들의 실제적인 삶을 살피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이를 바탕으로 청약제도를 청년의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가점 기준 다양화, 생애 최초·1인 가구 물량 확대 등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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