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 공여 형태' 놓고 특검과 재판부 신경전

윤은식 / 기사승인 : 2020-11-23 17: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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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재판부 이 부회장 뇌물 수동적 공여 언급 잘못"
재판부 "수동적 뇌물 공여로 언급한 적이 없다"
검찰 "삼성준법감시위 진성성 의문" 주장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통상 검사와 피고인의 변호인과 공방이 그려지는 게 형사법정의 정형화한 모습인데 이날 공판은 검찰과 재판부가 날선 기싸움을 벌이는 특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검찰과 재판부 사이에서 벌어진 공방의 핵심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능동적으로 뇌물을 준 것인데 재판부가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뇌물이라고 한 데서 비롯됐다.

검찰은 재판부에 "재판장이 (국정농단) 이 사건을 대통령의 헌법위반, 직권 남용에 의한 요구에 따른 기업의 불법 후원 뇌물사건으로 정의를 내렸다"고 꼬집으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이 판단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뇌물 공여 범행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공여란 취지로 여러 번 언급했는데, 이는 요구에 의한 뇌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 주장에 재판부는 즉각 반응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 사실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으면서 "대통령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 공여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끈하면서 "재판부는 수동적 뇌물 공여로 언급한 적이 없다. 사실만 언급을 했고 평가한 적이 없다. 수동적이란 언급은 자제해 달라"고 주의를 줬다.

검찰은 재판부 주의에 대해 "(재판부가) 혹시 오해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염려돼 한 말이었다"며 "유념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단 간 공방을 벌였던 '삼성준법감시위윈회'를 두고서도 검찰의 불만은 이날 공판 때도 이어졌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준법감시위는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 때 재판부가 이 부회장 측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주문하면서, 올해 초 발족했다. 

파기환송심 전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및 횡령 액수를 86억여원으로 판단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경우에 재판부가 선고 할 수 있는데, 재판부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이 부회장의 양형사유로 삼아 감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검찰은 이에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절차적 투명성과 실효성에 대한 검증 절차가 충분히 시간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직전 공판 때 준법감시제도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기 위해 이를 평가할 전문심리의원을 구성하고 오는 30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한 3인의 의견을 토대로 양형을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파기환송심 변론 과정에서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과 다르게 수동적 뇌물공여 등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한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양형 심리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경계했다.

검찰은 또 "10억원 횡령을 한 삼성물산 직원은 징역 4년이 선고 됐다"며 "(이재용 부회장 뇌물에 관해) 이 사건은 횡령액만 80억원에 이르러 회계직원과 낮은 형이 선고된다면 누가 봐도 정의롭지 못하고 평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강 전 재판관이 재판부가 정한 기일 안에 준법감시위 점검을 완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은 준법감시위 중간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준법감시위 전문심리위원 3인 중 강 전 헌법재판관이 지난 20일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이 일부 공개될 것으로 관심이 모아졌었다.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