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기획] 국회 앞 물들인 시위, 文정부식 ‘노동존중’ 향한 반기

오준엽 / 기사승인 : 2020-11-21 05:00:38
- + 인쇄

절벽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절규… “文정부 노동정책과 코로나가 빚어낸 비극”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가 절박한 시민들의 시위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진=오준엽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요즘 여의도가 시끄럽다. 평일이고 휴일이고, 낮이고 밤이고, 한파가 몰아치고 비가 내리는 날에도 국회의사당 앞 인도는 국민들의 절규와 울분, 고통과 눈물로 가득하다. 생업조차 팽개친 이들은 삭발에 단식까지 단행하며 목숨을 걸고 ‘변화’를 부르짖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시기적으로 통상적이진 않다고 평했다.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들 때는 대체로 국회 임기가 끝날 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피땀이 서린, 혹은 권리와 생명이 달린 법안이 폐기될까 걱정돼서 국회로 발걸음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21대가 들어선지 5개월여가 지났을 뿐이다. 더구나 촛불정부, 더불어 잘사는 든든한 나라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탄탄한 지지율 위에 절대적 권력을 가진 시기다. 그럼에도 시위자들은 점점 국회로 몰려오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 국회로, 국회로, 계속해서 몰려드는 시민들… 응답 없는 정부여당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 대표 50여명은 지난 16일 국회의사당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민주당 최고위원의 위치에 오른 염태영 수원시장을 성토했다. 시가 국방부 소유 유휴부지에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생활체육시설을 의견수렴 없이 강행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덕흠 의원,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들도 농성장에 다수 소환됐다. 사진=오준엽 기자

화성시민들도 같은 날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붉은 조끼와 붉은 머리띠를 메고 손에는 ‘전투비행장 화성이전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펫말을 들고 나섰다. 시민들의 대표들은 삭발식도 거행했다. 역시 주민과의 소통 없이 군 공항 이전과 관련된 특별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저지하겠다는 일념에서다. 이 과정에서 개정안을 발의한 김진표 민주당 의원도 소환됐다.

국회의원이 소환된 집회는 또 있다. 대표적인 소환인사는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과 역시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의원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등 시민들은 박 의원이 권력을 악용해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하고, 부정채용과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박이삼 위원장은 사실상 이스타항공을 소유한 이상직 의원과 정부여당을 향한 목숨을 담보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20일로 39일째인 ‘단식’은 경영실패를 605명의 생존권과 맞바꾸고도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당당하기만한 이 의원과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모른 척하는 정부여당의 행태를 목숨 걸고 막겠다는 행동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서울 영등포역·여의도역·전경련 회관 앞, 국회의사당 앞 등에서 이른바 ‘전태일3법(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입법을 촉구하고 ‘노동개악(노동관계법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도 국회 앞은 농성텐트가 쳐지고 붉은 깃발이 나부낀다.

밤이고, 낮이고, 날이 좋고 나쁘고를 가리지 않고 국회 앞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비가 내렸던 지난 18일 저녁 국회의사당 정면 농성장 일부. 사진=오준엽 기자

이밖에 민영위탁에 반대하는 돌봄전담사들, 근로자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자들, 고용보험의 사각으로 내몰린 특수고용직들, 학생연구원들이나 강사 등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달라는 대학원생들, 하청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달라는 대우버스 및 SK브로드밴드 협력사 노동자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시민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보호를 외치는 이들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들이치는 시위물결… 이유는 ‘절박함’, 원인은 ‘文정권의 외면’

계속되는 시위를 두고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후보이기도 한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정말 이례적이다. (국회의원) 임기 말에 나타나는 현상보다도 심하다. 훨씬 시위나 집회, 농성이 늘었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살기가 힘들고 절박해졌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점점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고용안전망, 사회안전망에 속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로 인해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듯하다”면서 “촛불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며 들어선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노동자와 정부 간 갈등도 최고치에 다다르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점심 때면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에는 억울함과 답답함을 들어달라는 이들의 시위가 절정에 달한다. 사진=오준엽 기자

나아가 “쓸데없이 다리 지었다 부셨다, 아스팔트 깔았다 없앴다 하지 말고 공공의료 강화할 의료안전망,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늘리는 고용안전망 확대, 적어도 사회적 약자들이 안전망 밖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해야 한다”면서 “여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한 만큼 더 이상 야당 핑계 말고 마지막 기회를 잡으라”고 강조했다.

경고도 잊지 않았다. 박 부위원장은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인해 서민들, 사회 안전망 밖에 놓인 노동자들은 더욱 심각한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국회 앞의 비극적 모습은 단편에 불과하다. 실업자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해고자가 늘고 있다”면서 “버팀목 없는 노동자들은 사회적 나락을 떨어지며 농성과 집회, 기자회견을 마지막 목숨 줄로 여기고 있다. 이들의 외침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덧붙여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문 정권이 점점 우경화되고 보수화돼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 모두 손을 잡지 않으면 위기를 넘기기 힘들 수도 있다”며 “만약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노동자와 정부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아 끊임없는 파업과 갈등, 그로 인한 완전한 레임덕(지도력 공백현상)과 혼란의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 귀를 열고 초심으로 돌아가 사회적 교섭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