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구본준 분사에 커지는 권영수 '역할론'

윤은식 / 기사승인 : 2020-11-23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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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고문, LG상사‧LG하우시스 계열분리 후 LG그룹 인사 이동 가능성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윤은식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를 안고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은 경영권 분쟁 차단을 위해 장자승계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는 LG그룹 구광모 회장 체제의 완성형이자 '세대교체의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또한 곧 있을 LG그룹 연말인사에서 4인의 부회장단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구 고문 중심의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그룹 핵심 인물의 이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LG그룹 4인의 부회장단 중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임기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과정에서 부회장단의 인사 이동이 거론되는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그룹 2인자로 평가받는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하현회 ㈜LG 부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같은 해 11월 전자‧화학‧통신 등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6명의 부회장 중 최고 연장자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61세의 3M 출신인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임명했다.

지난해에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퇴임하면서 LG그룹을 이끌던 일명 '육룡(六龍)' 체제가 막을 내리고 '4인의 부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그룹 내 인적 쇄신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젊은 피로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얘기다. 세대교체 바람 중심에는 권영수 부회장의 '역할론'이 존재한다. 구 회장이 그룹의 색깔 변화와 미래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 구광모식(式) '뉴 LG'의 방향키를 권 부회장에게 맡기면서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구 회장의 선택은 적중했다. 그간 인화를 강조했던 LG가 경쟁사에 칼을 들이미는 걸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실적 책임을 물어 LG디스플레이 수장을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LG화학이 지난해 5월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 등을 형사 고소했고 8K TV 화질문제를 두고 삼성전자를 직접 저격하는 등 경쟁사와 날 선 대립각도 세웠다. 

권 부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유명한데 LG화학과 LG전자 모두 권 부회장이 몸을 담았던 계열사다. 우연치고는 권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지난 3월에는 LG화학 등기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며 5년 만에 LG화학에 복귀한 권 부회장은 지난 9월 LG화학 배터리 부문이 분사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LG화학 외에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이사회 의장 등 LG그룹 4개 핵심 계열사 의장을 맡고 있다. 때문에 구광모 체제의 2인자 그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조심스런 분석이 나온다. 권영수 역할론이 나오는 이유다.

권 부회장을 비롯해 신학철‧차석용‧하현회 4명의 부회장 중 신 부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고(故) 구본무 회장 때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이들 중 하현회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57년생으로 권 부회장과 동갑인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 베터리 신설법인 준비와 SK이노베이션과 베터리 소송 등 풀어야 한 과제가 산적해 있고, 실적도 나쁘지 않아 유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62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는 차석용 부회장도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4인의 부회장 중 하 부회장만이 교체 대상에 오른 셈이다. 이렇게 되면 핵심계열사에 대한 권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LG그룹은 이달 안으로 이사회를 열고 LG상사, LG하우시스, 판토스 계열분리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고문이 보유 중인 ㈜LG 지분 7.72%를 매각해 이들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계열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