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너의 우울마저도 사랑해주겠노라고

/ 기사승인 : 2020-11-20 13: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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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갇힌 청년들…있는 그대로 감정 드러내야”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조성해 연세춘추 기자 = 현대인은 감정 표현에 서툴다. 오죽하면 최근 서점 베스트셀러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의 감정 대변 에세이였을까. 지난 해에는 ‘감정 대리인 소비’가 현대 사회 주요 소비 트렌드로 꼽히기도 했다. 모두 감정 표현에 취약한 현대인을 반영한다. 

우리는 감정, 그중에서도 부정을 드러내는 것을 꺼린다. 기쁨과 즐거움은 타인과 적극적으로 공유하지만 노(怒)와 애(哀)는 극도로 부끄러워한다. 언제부터 슬픔은 부끄러워하는 대상이 되었을까? 왜 우리는 우울해하는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생각하는가?

더 큰 문제는 슬픔은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고 내면에 쌓이다 언젠간 곪아 버린다는 점이다. 청년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다. 실제로 우울증을 앓는 청년층의 비율은 지난 4년 새 두 배로 뛰었다. 특히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이려 하는 ‘스마일 증후군’이나 우울증을 자각하지 못하고 감정을 극도로 숨기는 ‘가면우울증’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청년층의 우울장애는 엄연히 질병임에도 쉽게 간과된다. 이 또한 우리가 슬픔 등의 감정을 감추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울이나 슬픔을 죄악처럼 생각하고 반드시 벗어나야 할 치부로 여긴다. 그래서 우울을 표현하는 것을 어렵다 못해 두려워한다. 우울은 숨겨야할 존재도, 숨길 수 있는 존재도 아닌데 말이다. 이에 현대인들은 스스로의 우울을 인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우울장애로부터 자신을 분리한다. 이러한 우울장애와의 타자화는 치료 지연으로 이어져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슬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종종 스스로가 슬퍼하는 이유에 납득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말처럼,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한 ‘저마다의’ 이유가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어떠한 이유로든 불행할 수 있고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슬퍼하고 우울해하고, 불행해도 괜찮다. 불행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절대적이며, 그 크기 또한 계량화할 수 없다. 당신의 고통은 감정 그자체로 충분히 개연성 있으며 대단한 서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슬픔도 당신의 감정이고, 당신의 일부이다.  

그러니 우리의 모든 감정은 더 표현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긍정적이거나 양(陽)의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야 말로 탈피의 시작이다. 그렇게 누군가 만약 본인의 우울을 말로써 표현해준다면, 나 역시 당신의 우울마저 기꺼이 사랑하겠노라고 감히 참견해 보겠다.  

나의 이 가냘픈 연대 고백이, 당신의 고독에 큰 힘이 되길 바라며, 더 이상 슬픔을 숨기지 말기를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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