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울고 웃어본 '고스트'…'세체원' 로열로더로 우뚝

강한결 / 기사승인 : 2020-11-01 0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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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15년 뛰어난 피지컬을 인정받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명문 팀 CJ엔투스에 입단한 한 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입단 직후에는 나이 제한으로 데뷔가 불가능했고, 자격을 얻은 이듬해에는 주전 경쟁에 실패해 한 번도 경기에 나오지 못한 채 스프링 스플릿을 마감했다. 서머 스프릿도 단 한 경기 출장에 만족해야 했다.

이듬해 그는 bbq 올리버스의 주전 원거리 딜러로 자리 매김했다. 초반에는 분명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후 팀의 패배가 이어지면서 한계가 분명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서포터형 원거리 딜러'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붙었다. 

2018년 bbq는 공격적 선수영입을 통해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전년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8강 서포터를 영입해 강한 바텀 듀오를 구상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선수들의 합은 전혀 맞지 않았고, 결국 서머 스플릿 이후 bbq는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원딜러는 온갖 쏟아지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서머 스플릿 이후 팀을 떠난 이 선수는 2018년 12월 인벤 e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는 전설로 남게 됐다. 

"울어도 봤고, 웃어도 봤다. 그래도 웃는 게 낫더라."

'고스트' 장용준의 인터뷰 제목이다. 장용준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200전 가까이 플레이한 선수 중에 나만큼 성과를 못 낸 선수가 있을까. 그냥 못하는 선수라면 그만하는 게 맞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마음은 여전히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니 나도 답답할 노릇"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담원 게이밍 이적 이후 장용준에 대한 평가는 모두 뒤바뀌었다. 담원은 기본적으로 '너구리' 장하권, '캐니언' 김건부를 중심으로 상체게임을 해오던 팀이다. 장용준은 안정적인 라인전 능력을 보여줬고, '베릴' 조건희의 강점인 로밍력도 더욱 살아났다. 결국 담원은 2020 서머 스플릿 우승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서머 스플릿 내내 장용준은 '룰러' 박재혁, '테디' 박진성, '데프트' 김혁규 등 리그의 내로라하는 원딜러의 캐리력을 낮추는 이른바 '안티 캐리형 원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아니, 그 이상의 모습을 과시했다.

롤드컵에서 장용준은 한층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진', '애쉬' 등 유틸성 챔피언이 주류인 메타 상 원딜러의 캐리력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장용준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장용준의 진은 '내셔남작', 드래곤 등 대형 오브젝트를 두고 벌어진 교전에서 명품 '커튼 콜(R)'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0 롤드컵에서 장용준이 보여준 지표 역시 매우 뛰어나다. KDA 7.6, 분당 크립스코어(CS) 8.9. 킬 관여율 64.9%, 분당 데미지 507, 팀 내 데미지 비중 23.4%. 원딜의 최고 덕목인 '죽지 않고 데미지 넣기'를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의미다.

결승 이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장용준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인 것 같다"며 "저같은 사람도 월즈에서 우승했으니,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도 저를 보고 더욱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다사다난한 프로 생활을 보내온 장용준이었기에 더욱 울림을 주는 말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갑작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장용준은 "프로생활을 오래하면서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항상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세상이 저한테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옆에 있던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서포터형 원거리 딜러'에서 '성령좌'로, bbq 강등의 범인에 담원 우승의 주역으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았던 장용준은 결국 데뷔 6년만에 롤드컵 로열로더가 됐고, 진정한 '세체원'으로 거듭났다.

sh04khk@kukinews.com